"조국, 검찰개혁 아니라 자기 가족 위한 법무부 만들어… 민주당 의원도 양심 있어야"
  • ▲ 17일, '조국 퇴진' 단식 투쟁 3일차를 맞은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 ⓒ박성원 기자
    ▲ 17일, '조국 퇴진' 단식 투쟁 3일차를 맞은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 ⓒ박성원 기자
    '공정과 정의가 무너지는 국가' 앞에서 자신의 생일은 가벼이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단식 3일차인 17일 생일을 맞은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 얘기다. 미역국을 ‘물 한 잔’으로 대신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한마디뿐이었다.  

    이날 오후 1시, ‘조국 퇴진’을 주장하며 이 의원이 단식투쟁 중인 국회 본관 계단 앞 농성장을 찾았다.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뜨거운 햇볕에 눈을 제대로 뜰 수조차 없었다. 흰 천막 탓에 태양이 더욱 뜨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의원은 결연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30분가량의 인터뷰 동안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홍철호 한국당 의원 등이 격려차 방문했지만 “아직 괜찮다”며 호방한 모습을 보였다. “힘들지 않으냐”는 물음에 이 의원은 “더 오기가 생긴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조국 법무부장관의 퇴진을 주장하며 조 장관 임명 전부터 1인 피켓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이 의원은 15일 피켓시위를 접고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단식에 권유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단식 시작 전날(14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자신의 뜻을 전했을 뿐이다.  

    이 의원은 “나 원내대표는 아무래도 여성이니까 걱정을 많이 해주신 것 같다. 더 생각해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하셨다. 황 대표는 ‘당에 힘이 될 것’이라며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면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내가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한 이유는 하나다. “도저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의원은 “보통 추석 밥상에서는 경제‧민생 이야기가 오르내린다. 현재 경제상황도 최악이지만, 이번에는 ‘조국은 안 된다’는 얘기가 더 많았다”며 “국민들이 자기 문제와 직결되는 민생‧경제보다 조국 문제에 더 분노하는데 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게 바로 정치”라고 강조했다.  

    “조국, 검찰개혁 아닌 ‘자기 가족 지키기’… 자연인 상태로 수사 받아라”

    이 의원은 ‘조 장관이 임명 후 가족 수사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과 관련 “애초부터 조 장관이 자연인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명명백백하게 의혹이 해소된 후 혐의가 없다면 장관이든 뭐든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조국은 검찰개혁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를 위한, 자기 가족을 위한 법무부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조 장관이 임명 직후 착수한 ‘피의사실공표 전면금지’에 대해 비판했다.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이 터졌을 때 만약 박근혜 정부가 피의자 인권을 명목으로 포토라인에도 못 서게 했으면 그때의 문재인 국회의원과 야당인 민주당은 어떻게 했을 것 같나”라고 반문하며 “지금 정부‧여당이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평소 같으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 피의사실공표 금지, 피의자 인권보호에 대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최순실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아주 겸허하고 투명‧공정하게 수사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 장관이 코드개혁을 하려고 한다”고도 비판했다. 조 장관이 임명 직후 검찰개혁단장 등 법무부 주요 보직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인사를 대거 포진시킨 것을 꼬집은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 양심 있다면 제 목소리 내라”

    특히 이 의원은 여당 인사를 비롯해 박지원 무소속 의원 등이 한국당의 삭발‧단식투쟁을 폄훼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꾸할 가치도 없는 일”이라며 “야당의 투쟁 의식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려는 질 나쁜 정치”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박지원 의원이 맨날 입만 열면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하는데, 김 대통령이 예전에 지방자치 실시를 위해 단식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광화문에서 단식을 했다. 그럼 김‧문 대통령도 ‘하지 말아야 할 쇼’를 한 것이냐”고 분개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조국보다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럼 최순실 사태 때 민주당은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거기(최순실 사태)에 매달린 것인가”라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게 민생을 챙기는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또 “국민과 야당에 대한 정부‧여당의 무시가 계속될 경우 저항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지금 곳곳에서 야권 인사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당리당략을 떠나 ‘조국은 안 된다’는 공통된 생각이 이들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지적한 이 의원은 “정치는 ‘차이’를 배척해 나가는 게 아니라 ‘공통된 생각’을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끝까지 사과하지 않고, 조국은 끝까지 사퇴하지 않는다면 국민을 무시하고 우습게 보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양심이 있다면 ‘옳지 않은 것’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