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니치 “종료 결정 전날도 연장 분위기… 청와대 자주파, 총선까지 안보 인질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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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파기는 청와대의 소위 ‘자주파’가 주도한 것이라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4일 보도했다.
- ▲ 지난 8월 6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이니치신문은 한일 양국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지소미아 파기는 안보의식이 희박한 경제·통상 전문가들이 주도했다”며 “(종료 결정) 전날만 해도 협정이 연장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8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NSC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주도했다.
신문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군 장성 출신인 김유군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은 지소미아 파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김현종 제2차장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항책이, 여당과의 파이프라인 역할인 노영민 비서실장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최종적으로 지소미아 파기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정부 내에서는 지소미아 종료 하루 전까지만 해도 협정이 연장될 것이라는 긍정적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은 8월15일만 해도 일본 측에 대화를 요청했다”며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불과 일주일 뒤인 8월22일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했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 임시국무회의에서는 일본을 가리켜 ‘역사문제에 있어 정직하지 않다’는 불신감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내에서 통상교섭분야 전문가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 (문 대통령의) 발언이 강경해진 배경”이라고 풀이했다.
“8월21일 한일포럼 만찬장 ‘지소미아 연장’ 의견 지배적”
신문에 따르면,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전날인 8월21일 총리 관저에서는 ‘한일 포럼’ 만찬이 열렸다. 이 만찬에는 전직 외교관과 일본 관련 학자 등이 참석했다. 신문은 “당시 만찬장에는 지소미아가 연장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낙연 총리가 앉은 헤드테이블의 분위기는 달랐다고 한다. 신문은 “이낙연 총리가 동석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본 뒤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목소리가 잦아들었다”는, 당시 만찬 참석자의 말도 전했다.
신문은 “당시 한국에서는 한일관계에 대한 2개의 시나리오가 퍼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문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을 계기로 한일 고위급 외교회담을 열어 관계를 개선하고, 올 10월 열리는 일왕 즉위식에 문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시나리오였다. 다른 하나는 한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한다는 결정을 하지만, 이후 실제 협정이 끝나는 11월 하순 전에 미국의 중재로 화해한다는 시나리오였다고 한다.
신문은 이어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안보를 인질로 하는 협상전술은 전통적인 외교 교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김현종 제2차장 등 통상교섭분야 전문가들의 발언권이 커진 결과”라며 “(문 정부의) 이런 자국제일주의적 외교는 이를 지지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내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