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쪽부터 배우 김명곤, 차유경, 정한용, 이화영.ⓒ예술의전당
    ▲ 왼쪽부터 배우 김명곤, 차유경, 정한용, 이화영.ⓒ예술의전당
    "젊은 연인들만큼 노인도 뜨겁게 사랑할 줄 안다."

    예술의전당(사장 유인택)과 덕우기획(대표 신연욱)이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를 9월 2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2014년 이후 대학로를 떠나 지방투어를 돌다가 5년만의 서울 입성이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창작 작품들이 많이 쏟아져나오는데 실질적으로 지속 가능한 공연은 적다. 예술의전당이 연극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최근 국립극단을 비롯해 국공립단체들이 번역극을 많이 하더라. 대학로는 소위 싹수가 있어도 환경이 열악해 재연, 삼연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관 위주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유치해 앞으로 5년, 10년 이상 공연될 수 있는 대학로의 수준 높은 작품을 엄선해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며 "12월에는 중년 여성이야기 '여자 만세'가 공연된다. 제 임기 중에는 자유소극장의 방향을 그렇게 잡았다"고 덧붙였다.
  • ▲ 위성신 연출.ⓒ예술의전당
    ▲ 위성신 연출.ⓒ예술의전당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어르신들의 문화향유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실버세대를 위한 문화 콘텐츠 개발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2003년 초연된 '늙은 부부이야기'는 위성신·오영민이 공동으로 쓰고 위성신이 연출한 작품이다. 배우자와 사별한 후 외롭게 살던 두 사람이 노년의 나이에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고, 이별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2인극이다.

    위 연출은 "100세 시대임에도 우리나라 실버 콘텐츠는 여전히 부족하다. 처음 이 작품을 기획할 때 천대 받는 노인세대들을 집중적으로 조망하고 싶었다"며 "우리가 터부시했던 실버세대의 성과 사랑을 다뤘다. 그들은 돈과 명예도 아닌 제2의 청춘, 사랑과 함께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고대 로마 철학자 키케로는 '노년에 대하여'에서 "인생이라는 거대한 연극의 마지막 장이 노년이다"고 말했다. 그는 죽음을 앞둔 노인들에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인생의 마지막 장에서 서투른 배우처럼 쓰러지지 말자"고 조언했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염쟁이 유씨', '장수상회' 등 다수의 실버 콘텐츠 공연에 참여했던 위 연출은 "실버 세대의 사랑과 가족 이야기가 많다. '늙은 부부이야기'는 첫사랑만큼 아름답고 더 애절한 끝사랑 이야기다. 사랑을 통해 그들의 삶이 설렘과 기대감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 포스터.ⓒ예술의전당
    ▲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 포스터.ⓒ예술의전당
    '늙은 부부이야기'는 손종학, 김담희를 시작으로 오영수, 이순재, 양택조, 사미자, 성병숙, 예수정 등 연기파 배우들이 각각 커플을 이뤄 업그레이드 버전을 완성시켜왔다. 서울 공연은 2014년 정종준, 사미자 커플을 마지막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번 공연에서는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김명곤과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정한용이 평생을 양복쟁이로 살며 두 아들을 키운 날라리 할아버지 '박동만' 역에 캐스팅됐다. 사별 후 세 딸을 출가시키고 살아가는 욕쟁이 할머니 '이점순' 역은 차유경·이화영이 연기한다.

    김명곤(67)은 "소극장 2인극은 저에게 편안하고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오랜만이지만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어서 즐겁고 뜻 깊다"며 "배우로서 무겁고 사나운 이미지가 있는데 이번에는 전혀 다른 역이다. 슬프지만 코믹하면서 밝은 분위기의 부부 연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정한용(65)은 "대본을 처음 받고 재미있게 읽었다. 역할이 제 또래라 공감대가 컸고, 한편으로는 캐릭터 성격이 저랑 많이 맞는다. 보통 배우가 극중 인물이 되기 위해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저는 들어가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