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위한 정치" 초심 여전히 간직… 아이의 아픔, 정치적 악용 세력에도 의연해
  • 서울법대 82학번은 유난히 인재가 많은 학번이었고, 우리 후배들에게는 전설 같은 존재의 선배들도 많습니다. 

    그 중 제가 처음으로 알게 된 82학번 선배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입니다. 조 후보는 법대 써클 중에서 가장 이념적인 써클인 피데스(FIDES) 선배입니다. 결혼식에도 하객으로 참석했지만 이후 써클 활동에 제가 열심히 참여하지 않으면서 접점은 없어지고 개인적 추억도 거의 없습니다. 

    제주 지사인 원희룡 선배와의 인연도 새롭습니다. 학생 운동 하다가 뒤늦게 사법 시험에 뛰어든 원 지사는 사법 시험 스터디 선배로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뒤늦게 사법시험 공부에 뛰어들어 까마득한 후배인 저희들과 부대끼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는 여러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20여 년 전 만삭의 몸으로 힘겹게 공부하던 선배님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또 둘째를 출산하고 몸조리를 하던 친정집에 제가 방문했을 때 남달랐던 모습도 인상 깊습니다. 갓 태어난 둘째에 대한 애정과 기대, 설렘과 함께 첫째 딸에 대한 선배님의 절절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사회 초년병으로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가 부족했던 탓인지 선배님의 유나에 대한 솔직한 언급, 노출이 너무나도 생경했습니다. 

    보수적이고 경쟁적인 법조계에서 자녀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점이 부모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선입견과 편견이 만연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선배들에게도 선배의 첫째 딸과 같은 자녀가 있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외부에 노출시키는 선배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 선배는 달랐습니다. 장애 아이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항상 아이와 사회에 대한 대면을 활발히 하는 선배는 특별했습니다. 우리 후배들에게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어울리게 해주었고, 관심을 갖도록 해주었습니다. ‘하루라도 잠 좀 실컷 잤으면’하는 동료 커리어 우먼 법관들과 달리 바쁜 일상 속에서도 유나의 성장을 돕는 수영 프로그램이나 다른 교육 프로그램에 꼬박 꼬박 참여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나선배가 ‘왜 판사를 그만두고 험한 정치를 시작할 마음을 먹게 되었는지’ 설명했습니다. 장애인과 그 부모들을 위해 정치를 하고 싶다는 것 이었습니다. 순간 ‘아이는 부모라는 거울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지만 부모 또한 아이라는 거울을 보고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이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없기에 어머니라는 존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아이에게 부모, 어머니가 절대적 존재라는 의미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부모들에게도 아이가 신이 주신 선물, 인생에 대해 가장 큰 용기를, 향상심을 유지하게 해 주는 가장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존재라는 것을 그 때 깨달았습니다. 

    나 선배는 남과 다른 아이들에게도 남과 동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렇게 현실 정치에 참여해서 시련을 겪기도 하고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좋았던 날들에도, 좋지 않았던 날들에도 나경원 선배는 초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낙선 후 앞날이 불투명했던 시기에도 선배는 장애인 관련 활동은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평창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세계 곳곳을 뛰어다니며 참여를 이끌어 냅니다. 사단법인 ‘사랑나눔 위캔’으로 장애인 스포츠 및 음악 활동에 사회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면서 발을 동동 구르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무리 힘든 날도 선배님은 유나와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고 나서는 기운을 차리고 웃음을 보여줍니다. 나 선배에게 유나는 정치의 원동력이고 힘입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른이 되는 동안 유나는 나 선배의 거울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유나가 음악에 관심을 보이면서 본격적으로 밴드 활동에 나서자 주변 사람들에게 늘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유나가 참여한 장애인 첫 콘서트 때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 선배가 장애인 스포츠 및 음악 활동을 그렇게 강조했는지 온 몸으로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위캔 후원으로 참여하면서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있다는 자부심이 한순간 부끄러움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들의 공연을 보면서 제가 더 용기를 얻게 되고 위안을 받았습니다. 유나의 공연을 보면서 아이의 열정, 성실함, 올곧음에 감탄하였습니다. 유나는 제가 안타깝게만 바라보곤 하던 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당당한 한 명의 공연 예술인 이었습니다. 장애인들이 우리의 배려 대상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유나는 보여줬습니다. 

    유나에게 대학 입학 특혜가 있었다고 비난하는 여당 인사들과 언론 보도를 보면서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특혜란 다른 아이들의 기회를 특권과 반칙으로 빼앗는 것입니다. 입시 특혜와 부정은 아직 사회생활을 경험 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사회의 불공정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큰 해악입니다. 

    유나와 나 선배의 눈물겨운 삶을 지켜봐온 저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에 특혜라는 프레임을 씌워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모습에서 절망감마저 느낍니다. 

    소위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한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죄 소송에서 법원은 “장애인 전형이 있는 다른 대학에서도 응시생이 자신의 신분을 노출할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해 실격처리 한다”, “반주가 필요할 경우 수험생이 준비해 와야 한다”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부분이 허위사실에 해당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보도한 기자가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보도라고 판단하여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해당 보도가 허위사실은 허위사실이지만, 그것이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시한 것입니다. 마치 법원이 부정입학을 사실로 인정한 것처럼 보도한 기사는 사실과 다른 것입니다. 

    또한 2011년 특수교육대상자 신설 이후, 성신여대는 해당 전형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2학년도부터 2018학년도까지 특수교육자 전형 지원 및 합격 현황에 따르면 7년 동안 총 24명이 합격했습니다. 어떻게 유나를 위해 만들어진 전형인 것처럼 말할 수 있는지 놀랍습니다. 그것은 분명 ‘가짜뉴스’입니다. 

    선배님과 정치적 이념이 배치되는 후배들도 선배가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의 초심을 지키기 위해 장애인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제도적 개선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나경원 선배는 참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아이의 아픔이 정치적 공격에 이용될 때 엄마의 절망감은 이루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유나의 엄마로서 늘 노력하는 정치인 나경원이 저는 후배로서 자랑스럽습니다. 

    이두아 전국회의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