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조국 딸 부정입학 의혹 진상규명 요구···서울대, “조국 교수의 사퇴 간절히 기원”
  • ▲ 고려대학교 재학생·졸업생들이 23일 오후  6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조국 후보자의 딸 조씨의 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학교측에 요구하기 위해 참석했다.ⓒ정상윤 기자
    ▲ 고려대학교 재학생·졸업생들이 23일 오후 6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조국 후보자의 딸 조씨의 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학교측에 요구하기 위해 참석했다.ⓒ정상윤 기자
    “우리의 작은 시작이 공정한 사회의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 고려대와 서울대 학생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고려대는 조씨가 입학한 대학이며, 서울대는 조 후보자가 교수로 재직 중인 곳이다. 

    고려대생들은 조씨의 '특혜 입학' 의혹을 규탄하고 학교 측에 “입학에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입학을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생들은 정의와 공정 실현을 위해 '내로남불' 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최소 500명 집결한 고려대···“조씨 의혹이 사실이라면 입학 취소하라”

    고려대 재학생·졸업생들은 23일 오후 6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 모였다. 주최 측은 최대 500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마스크와 플래카드를 준비했으나 준비한 물품들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인원이 밀집했다. 

    참석자들은 조씨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행진하며 입학처에 선언문을 전달하는 등 늦은 시간까지 집회를 이어나갔다. 당초 참여자들은 촛불을 들 계획이었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촛불대신 핸드폰 플래시로 대체했다.
  • ▲ 고려대 재학생·졸업생들이 조씨의 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청하며 행진 중이다.ⓒ정상윤 기자
    ▲ 고려대 재학생·졸업생들이 조씨의 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청하며 행진 중이다.ⓒ정상윤 기자
    집회를 주최한 집행부는 조씨의 특혜와 관해 “날이 갈수록 심상치 않은 점들이 밝혀지고 있다”며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선배와 동기, 후배를 떠나 조씨의 의혹에 대해서 진상규명을 요청한다”며 “학교 측에 심사과정의 투명함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씨의 입학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조씨의 입학을 취소하고 당시 입학사정관의 검토가 공정했는지 확인하라”며 “우리의 작은 시작이 공정한 사회의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선언했다.

    집행부는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모든 외부 세력을 배제 ▲학생들을 분노하게 만든 조씨의 입학 의혹에 대해서만 진상규명 요청 ▲학교에 조씨가 입학할 당시 심사의 대상이 됐던 자료와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 ▲조씨의 입학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입학 취소처분 등을 요청했다. 

    집회의 시발점인 조씨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인턴십을 하고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을 고려대 입학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이 문제가 됐다.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고만 밝힌 이씨는 “이과계열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2주 만에 논문에 제 1저자로 이름이 올라가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재수까지해서 들어왔는데 상대적인 박탈감이 어마어마하다. 조민이 과연 이런 느낌을 알기나 할까”고 허탈하게 말했다.
  • ▲ 서울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도 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서울대 아크로 광장에 모여 서울대 교수로 겸직중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박성원 기자
    ▲ 서울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도 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서울대 아크로 광장에 모여 서울대 교수로 겸직중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박성원 기자
    “있어서는 안될 사람이 자리에 있었다”···자유발언·응원가 부르며 집회 이어나간 고려대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될 수 있었던 집회는 참석자들이 자유발언과 응원가를 부르며 부드러운 분위기로 만들어 갔다.  

    집행부인 이일희(11학번·보건정책관리학부)씨는 “조씨의 부정입학 의혹이 불거졌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며 “친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수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될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며 “학우 여러분께 감히 여쭙는다. 우리가 이를 좌시해야하느냐”고 되물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곽민준(14학번·독어독문학과)씨는 “여러분과 나의 마음이 같을 것이기에 많은 말 하고 싶지 않다”며 “재수생인 동생과 수험생들에게 꿋꿋하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며 조씨 논란으로 박탈감을 느꼈을 수험생들을 위로했다. 

  • ▲ '조국이 부끄럽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조 후보자를 규탄 중인 서울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박성원 기자
    ▲ '조국이 부끄럽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조 후보자를 규탄 중인 서울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박성원 기자
    서울대학교, ‘조국이 부끄럽다’ ‘내로남불 표리부동’

    이날 조 후보자의 논란에 대해 서울대학교에서도 촛불 집회가 열렸다. 서울대 아크로 광장에는 오후 8시 30분부터 집회가 시작됐다. 서울대도 재학생 및 졸업생 등 500여 명이 모여 “법무부 장관 자격없다”며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소리쳤다. 

    이날 서울대 촛불 집회를 주최한 홍진우(14학번·화학생물공학부)씨는 “조국 교수가 말로만 외치던 공정과 정의를 직접 실현하고자 나섰다”며 “조국 교수의 사퇴를 간절하게 기원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집회에는 타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는 졸업생도 참여했다. 조준현(91학번·법학과 졸업)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존경하고 믿었던 분(조 후보자)이 자신이 비판한 기성세대와 어떻게 똑같을 수 있나 하는 실망과 배신감이 들었다"며 "더는 내로남불, 적폐라는 비판을 받지 말고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후보직을 사퇴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조씨가 현재 재학 중이며 ‘황제 장학금’논란의 주인공인 부산대학교에서는 이와 관련된 대자보가 붙어 학교 측에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