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명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사상적 고민과 철학적 담론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지난 9일 개막한 창작뮤지컬 '블루레인'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친부 살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차용해 '선과 악의 경계'라는 묵직한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수려한 선율의 절묘한 조화로 2018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 창작 뮤지컬상을 수상했으며, 1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2019년 DIMF 초청작으로 상연됐다.

    '블루레인'은 1997년 미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추정화 연출은 "자본주의 한복판에서 자유의지를 향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당시 미국은 돈과 법이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유타라는 동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선과 악, 죄에 대한 이야기다"고 말했다.

    당초 뮤지컬의 제목은 '브라더스'였다. 지난해 '카라마조프'와 '브라더스 까라마조프'가 먼저 무대에 오르면서 불가피하게 제목을 변경한 것이다. 추 연출은 "이 작품을 쓴지 오래됐다. 혼자 갖고 있다가 '딤프'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다른 작품과 차이를 두려고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이어 "어릴 때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같은 단어 자체가 없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범죄들을 실시간 기사로 접한다. 그걸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인간이 이렇게 악해질 수 있지?'라는 물음을 '블루레인'에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원작 '카라마조프의 형제'에 등장하는 아버지 표도르, 장남 드미트리, 차남 이반, 사생아 스메르쟈코프는 '블루레인'에서 존 루키페르, 테오, 루크, 사일러스로 바뀐다. 사각의 무대 안에 의자·라이트박스·전식 등을 활용해 작품에 생동감을 더했고, 음악은 서정적이면서 역동적인 선율로 변주되며 극중 캐릭터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추 연출은 "처음에는 대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보여줄 세트를 꾸릴 돈이 없어서 막막했다"며 "인간이 어항을 내려다 보듯 신도 우리를 보고 있지 아닐까 생각해 무대를 하나의 어항으로 만들었다. 파란 물에 거닐고 있는 어항 속 물고기처럼 우리도 세상에서 거닐고 있는 건 아닐까 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블루레인'은 이창희, 이주광, 임병근, 박유덕, 김주호, 박송권, 김려원, 최미소, 한지연, 한유란, 임강성, 조환지 등이 출연하며 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