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서계동에 위치한 국립극단 외관.ⓒ국립극단
    ▲ 서울 서계동에 위치한 국립극단 외관.ⓒ국립극단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친일 극작가의 연극 '빙화' 공연을 취소하면서 기획 자체가 모순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립극단은 2004년부터 선보인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열한 번째 작품으로 '빙화'(임선규 작, 연출 이수인)를 9월 27일부터 10월 13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빙화'(1940)는 일제강점기 연극통제정책에 따라 시행된 '국민연극제' 참가작으로, 친일적인 요소를 담은 희곡이다. 1935년부터 중일전쟁이 일어난 1937년까지 연해주를 배경으로 조선인 이주민의 현실을 극화한 작품이다.

    '홍도야 우지마라'로 유명한 임선규 작가는 조선총독부가 친일 연극단체로 결성시킨 조선연극문화협회의 이사를 맡았으며, 지원병제도를 찬양하는 '동백꽃 피는 마을'을 썼다. 이로 인해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 포함됐다. 그는 해방 후 1948년께 부인 문예봉을 뒤따라 월북했다.
  • ▲ 연극 '빙화' 공연 취소 안내문.ⓒ국립극단 홈페이지 캡처
    ▲ 연극 '빙화' 공연 취소 안내문.ⓒ국립극단 홈페이지 캡처
    국립극단은 5일 홈페이지와 SNS 공식 채널을 통해 "일부 연구자들에게만 알려져 있던 친일연극의 실체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비판적 성찰을 통해 부끄러운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심려에 공감해 본 기획 의도를 참작하더라도 해당 작품을 현시점에 무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공연 취소 사실을 알렸다.

    이 같은 사실을 접한 관객들은 "연극적 비판적 성찰을 위해 공연에 올리겠다는 기획 자체가 웃긴다", "친일작품을 국립극단 레퍼토리에 반영한 것부터 이해되지 않는다", "정권 눈치보기가 너무 과하다", "일본에서의 '표현의 부자유' 전시 중단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 "작품은 죄가 없다" 등의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