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폐기까지 거론하더니 1시간 뒤 일식집 코스요리에 사케…국회 돌아와 일본 규탄대회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오찬을 했다고 '더 팩트'가 보도했다. ⓒ'더 팩트' 박재우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오찬을 했다고 '더 팩트'가 보도했다. ⓒ'더 팩트' 박재우 기자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한 뒤 격분한 모습을 보였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일식 코스요리와 사케(일본 전통술)을 먹고 일본 규탄대회에 참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대표는 일식집에서 식사를 한 뒤 국회로 돌아와 더민주 의원들과 함께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 규탄대회 및 의원 총회’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일본의 조치를 ‘경제침략’이라고 규정한 뒤 “이제 비장한 각오로 이 전쟁에 임할 것”이라며 “일본이 우리 경제를 어디까지 흔들지 모르지만 만반의 준비를 다 해야겠다”고 역설했다. 이를 보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日 화이트리스트서 韓배제한 날 일식 오찬·사케"

    ‘더 팩트’는 3일 “이해찬 더민주 대표가 2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직후 여의도 한 일식집에서 사케를 곁들인 오찬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해당 일식집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 대상과는 무관하지만 아베 정부의 막무가내식 경제보복 조치에 온 국민의 분노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대표가 일식집에서 오찬을 가진 것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일 오전 10시 무렵 아베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해찬 더민주 대표는 ‘일본 경제침략 관련 비상대책 연석회의’를 긴급소집하고 “안하무인인 일본의 조치에 정말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이렇게 신뢰가 없는 관계인데 (일본과의) 지소미아(GSOMIA, 군사정보보호협정)가 과연 의미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든다”며 격분했다. 이해찬 대표는 또한 지소미아(GSOMIA) 폐기 검토까지 거론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해찬 대표는 이런 분노를 표출한 지 한 시간 뒤에 여의도에 있는 한 일식집에서 오찬을 하면서, 최근에는 일식집에서도 잘 팔지 않는 ‘사케’를 반주로 곁들였다. 이 일식집은 코스요리 전문점으로 스시 등이 유명하다.

    이 대표는 일식 식사에 사케 반주를 곁들인 뒤 국회로 복귀해 더민주 의원들과 함께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 규탄대회 및 의원 총회’에 참석, ‘경제 전쟁’ 운운하며 비장함을 드러낸 것이다.
  • ▲ 이해찬 대표가 지난 2일 오찬을 했다는 여의도 일식집. ⓒ'더 팩트' 박재우 기자.
    ▲ 이해찬 대표가 지난 2일 오찬을 했다는 여의도 일식집. ⓒ'더 팩트' 박재우 기자.
    매체에 따르면, 이 대표가 일식집에서 오찬을 갖고 사케 반주를 곁들인 것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오늘 일식집에서 사케를 마셨다면 완전 코미디”라거나 “야당을 친일세력, 토착왜구로 몰아가고 불매운동, 여행 보이콧을 하는 여당이 오늘 같은 날 일식집을 이용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맹비난했다.

    "더민주 다른 의원들, 일본 때문에 식사장소 바꾸던데…"

    매체는 "더민주 지도부는 지난 7월16일 ‘일본 경제보복대책 당청연석회의’를 마치고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만찬을 할 예정이었지만 나중에 장소를 한식집으로 변경했다"며 “한 최고위원이 ‘회의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일식집 식사는 조금 그렇지 않느냐’는 의견을 낸 뒤에 장소를 변경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더민주의 한 중진의원이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한 뒤 “2차로 이자카야(일본식 주점)에 가자”는 제안을 듣고는 “이자카야는 좀 그렇다”며 피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 보도와 관련해 3일 이 대표와 여당의 입장을 묻고자 의원실, 당 대표실, 당 대변인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매체에 따르면, 더민주 공보 관계자는 “이 대표의 오찬은 사전에 잡혀 있던 약속이고, 그 일식집은 대표님이 자주 가는 식당 중 한 곳”이라며 “이 대표와 우리 당은 일본 정부의 경제침략·보복에 대해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지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에게 피해를 주려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대표의 (일식집 오찬)을 일본 경제보복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로 본다”며 “(사케 반주는) 그냥 대표께서 반주를 좋아하셔서”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일본 여행을 줄이고 일본 제품을 사지 말자는 것이지 우리나라에서 파는 일본 음식까지 불매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