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소수이사들 "다수이사 반대로 안건 상정 부결… 현안 논의 원천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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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 KBS 시사프로그램(시사기획 창)에 대한 '청와대 외압 의혹'을 긴급안건으로 다루려는 KBS 소수이사들(서재석·천영식·황우섭)의 시도가 다수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 ▲ KBS 여의도 사옥 전경. ⓒKBS
소수이사들은 10일 배포한 성명을 통해 "이사회에 의안으로 제출된 '시사기획 창' 관련 현안 논의가 다수이사들에 의해 원천적으로 저지되는 전대미문의 비민주적 상황이 발생했다"며 "참담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소수이사들은 "이날 임시이사회 논의 안건은 이사회규정 개정안과 '시사기획 창' 관련 현안 논의 등 2개였다"며 "이사회규정 개정안은 지난주에 이어 연속 논의 안건이고, '시사기획 창' 건은 이틀 전 소수이사에 의해 긴급안건으로 제출돼 의안번호까지 붙어 안건으로 올라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다수이사 측의 한 이사가 긴급안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상정을 반대했고, 다수이사들이 동조해 논의가 무산됐다"며 "이 과정에서 긴급안건이 되지 못한다는 다수이사의 발언은 충분히 보장된 반면, 긴급안건인 이유를 설명하려는 소수이사의 발언은 봉쇄됐다"고 소수이사들은 주장했다.
소수이사들은 "이 안건이 긴급한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의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된 마당에, 긴급안건이 아니라는 발언만 허락되고, 안건 제출자의 반박 견해는 원천적으로 차단당했다"며 "이런 것이야말로 어두운 과거 시절의 '원천봉쇄'가 아니고 무엇인가? 다수이사들은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논의 자체를 막는가? 청와대 외압 의혹에 말 한마디 못하고, 항의 한 번 못하는 조직이 정상적인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소수이사들은 "'시사기획 창'을 둘러싼 의혹이 공영방송 KBS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넘어 존립의 기반조차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이사회에서 논의해야 하는 긴급안건이라고 생각한다"며 "KBS의 존립위험은 대규모 영업적자에 의해서도 발생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스 보도 따르면 천영식·황우섭·서재석 등 소수이사 3인은 이날 임시이사회에서 자신들의 의사진행발언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사기획 창' 관련 논의를 긴급안건으로 상정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이 이뤄지기 전 회의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표결 결과, 반대 7인, 찬성 1인, 무효 3인으로 반대표가 과반을 넘겨 해당 안건 상정은 부결됐다.
다음은 KBS 소수이사들이 배포한 성명 전문.‘시사기획 창’ 현안 논의 원천 봉쇄, KBS이사회는 참담하다
오늘 KBS이사회에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사회에 의안으로 제출된 ‘시사기획 창’ 관련 현안 논의가 다수이사들에 의해 원천적으로 저지되는 전대미문의 비민주적 상황이 발생된 것이다. 소수이사들이 발언을 원천봉쇄 당했다. 참담하다.
‘시사기획 창’ 논의가 청와대와 연관된 것이어서 논의를 막은 것인가. 오늘 상황은 언론의 자유 독립 및 공적책임을 지켜야할 마지막 보루로서, KBS이사회의 역할마저 무력화시키는 것이어서 너무나 충격적이다. 워낙 심각한 상황이어서 직원 여러분들과 상황을 공유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오늘 임시이사회 논의 안건은 이사회규정 개정안과 ‘시사기획 창’ 관련 현안 논의 등 2개였다. 이사회규정 개정안은 지난주에 이어 연속 논의 안건이고, ‘시사기획 창’은 이틀 전 소수이사에 의해 긴급안건으로 제출돼 의안번호까지 붙어 안건으로 올라온 것이다.
그런데 다수이사측의 한 이사가 긴급 안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상정을 반대했고, 다수이사들이 동조해 논의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긴급안건이 되지 못한다는 다수측 이사의 발언은 충분히 보장된 반면, 긴급안건인 이유를 설명하려는 소수이사의 발언은 봉쇄되었다.
이 안건이 긴급한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의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된 마당에, 긴급안건이 아니라는 발언만 허락되고, 안건 제출자의 반박 견해는 원천적으로 차단당했다. 진행을 빙자하여 소수측 이사의 발언을 막아버린 것이다.
긴급안건이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긴급안건이라고 생각해서 의안을 제출한 이사의 제안 설명이라도 들어보고 긴급안건이 아니라고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예 ‘시사기획 창’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를 봉쇄하는 것인가.
있을 수 없는 회의 진행이었다. 이러한 진행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의사진행 발언 신청마저 묵살 당했다. 들은 척 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것이야말로 어두운 과거 시절의 ‘원천봉쇄’가 아니고 무엇인가? 다수이사들은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논의 자체를 막나.
우리 소수이사들은 ‘시사기획 창’을 둘러싼 의혹이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넘어 존립의 기반조차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이사회에서 논의해야 하는 긴급 안건이라고 생각한다. KBS의 존립위험은 대규모 영업적자에 의해서도 발생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에서 발생한다.
이번 ‘시사기획 창-태양광 사업 복마전’ 프로그램은 정부의 정책적 드라이브가 야기한 심각한 부작용과 환경훼손, 그리고 권력 유착의 의혹을 제기하는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프로그램에 대해 일고 있는 외압 의혹이야말로, 그리고 이어지는 고소고발 건이야말로 이 안건이 긴급한 안건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 외압은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로부터 온 것이라는 의혹이다. 현재 KBS 사태는 갈수록 의혹이 증폭되면서 제작진과 기자들이 연일 성명을 쓰는 등 ‘KBS판 6.10항쟁’ 같은 저항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KBS직원들은 공영방송의 근간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런데 신뢰와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KBS에 대해 벌어진 이 사안이 긴급하지 않다면 무엇이 긴급한가. KBS는 국민에게 완전히 멀어져야 긴급하다고 할 것인가. 청와대 외압의혹에 말 한마디 못하고, 항의 한번 못하는 조직이 정상적인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시사기획 창’ 관련 논의에 대해 사측의 조사결과와 입장, 대응방안을 듣고 싶어 안건을 제출한 것이다. 다수이사들이 막아서야 할 안건이 아니다. 다수이사가 왜 총대를 메나. KBS이사회조차 공론장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KBS가 어디로 가게 될지 암담할 뿐이다. 우리는 오늘 비참하고 절망적인 심정으로 회의장을 나오고 말았다.
오늘 다수이사들의 일방적인 힘에 의한 회의 진행 행태는 KBS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는 일이라고 우리는 확신한다.
2019년 7월 10일
KBS 이사 서재석 천영식 황우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