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작성 심의관 동의 필요 없어”... 검찰·행정처 ‘협의’로 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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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법원행정처(이하 행정처)의 임의제출 문건을 ‘합법적 증거’로 인정했다. ⓒ정상윤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법원행정처(이하 행정처)의 임의제출 문건을 ‘합법적 증거’로 인정했다. 그동안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이 행정처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일부 문건이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주장해왔다.서울중앙지법 제35형사부(박남천 부장판사)는 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61·12기)·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의 1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예정된 행정처 기획심의관을 지낸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는 나오지 않았다.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행정처 심의관들의 일부 문건을 증거로 채택하면서 ‘임의제출 적법성’ 논란을 정리했다.양 전 대법원장 측은 6월 27일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행정처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문건들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문건을 작성한 심의관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임의제출 당시 이들 심의관인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문건 작성 심의관들 동의 불필요”… 임의제출 ‘합법’재판부는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인으로 나올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에게 제시할 문건이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재판부는 “영장에 의하지 않고 압수된 임의제출까지 (당사자의 참여권·동의 보장한) 형사소송법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행정처로부터 문건을 임의제출 받았을 당시, 두 기관 간에 충분한 검토·협의 과정이 사전에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이어 “압수수색 영장 집행과 달리 문서를 임의제출할 경우 제출일과 작성자를 사전에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재판부는 또 “심의관들이 개인적 목적으로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게 아니라, 행정처 재직 시절 업무 수행 과정에서 문건들을 작성했다”며 “행정처 공용 PC를 이용해 작성하고 그곳에 저장했던 것들로, 이런 기준에 따르면 행정처가 이 문건들의 소유자·소지자·보관자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문건 내용이 공개되면 문건을 작성한 심의관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양 전 대법원장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건 작성 심의관들의 명예가 떨어지거나 사생활 비밀이 문제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증인 불출석 시진국 처분' 주장 검찰 주장도 배척한편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에 불출석한 시진국 판사에 대해 “별다른 처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앞서 검찰 측은 4일 “시진국 증인의 경우 (증인신문으로) 예정된 이번주 금요일 (재판부가) 출석하도록 하게 하고, 만일 나오지 않으면 그에 합당한 처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다만 재판부는 “검찰 측이 요구한대로 (임종헌(60·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다른 사건 재판의 증인신문조서를 우리 재판에서 증인신문 때 필요한 경우 제시할 수 있도록 허가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