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재판부, USB 확보 과정 인정… 사본 출력물 대부분 증거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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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등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재판부가 28일 10차 공판에서 검찰의 임종헌(60·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USB 압수 절차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뉴데일리 DB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재판부가 검찰의 임종헌(60·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USB 압수 절차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이 이 USB에 담긴 문건을 확보하는 과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해왔다.서울중앙지법 제35형사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1·12기)·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의 10차 공판기일을 열었다.재판부는 이날 오후 열린 속행 공판에서 검찰의 임 전 차장 USB 압수수색 과정에 위반 행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USB 담긴 압수 파일… 영장 적시된 ‘범죄사실과 관련된 자료’로 판단검찰과 피고인 측은 그동안 △임 전 차장 USB에서 나온 사본 출력물이 원본과 동일한지 △이 USB를 확보한 법원행정처 압수수색 과정이 적법한지 등을 두고 다퉈왔다. 이 USB에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 8600여개가 담겨 있어 핵심 증거물로 꼽힌다.이 증거물에 대한 압수 과정의 위법 여부가 주요 쟁점인 까닭은 압수 과정이 위법하다면 증거로 채택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이다.재판부는 검찰 압수수색 과정이 위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압수수색) 영장에는 ‘외부 저장장치에 저장된 이 사건 범죄사실과 관련된 자료’가 압수 물건이라고 기재돼 있는데, 압수한 8600여개 파일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임 전 차장이 진술한대로 압수할 물건이 사무실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사무실은 영장에 따른 수색 장소에 해당한다”며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압수한 USB 자료의 이미징(복제)을 사무실에서 하기 곤란했던 것으로 보여, 원본 반출이 허용되는 예외적 경우였다”고 부연했다.피고인 측은 그동안 검사가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관련없는 정보를 압수했다며 위법수집 증거라고 주장했다. 압수대상 전자정보의 상세목록을 교부하지 않은 사실 등도 근거로 내세웠다. 재판부는 이 같은 피고인 측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 ▲ 양승태 재판부는 28일 열린 공판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서 나온 사본 출력물 중 검증이 끝난 문건에 대해 대부분 증거로 채택했다.ⓒ정상윤 기자
앞서 검찰은 지난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임 전 차장의 자택,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때 임 전 차장 자택에 있는 PC에서 USB 접속 흔적이 나왔다. 검찰은 ‘사무실에 USB가 있다’는 임 전 차장 발언 이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사본 출력물 대부분 증거로 동의”재판부는 이날 지난 8차 공판까지 검증된 일부 사본 출력물 등을 대부분 증거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공판에서 “출력물의 경우, 임 전 차장 USB의 문자정보 등 내용이 진실한지가 아닌, (문건) 존재 자체가 증거가 된 것으로 보고 채택한다”고 설명했다.일부 증거에 대해서는 기각·보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본에 저장된 내용이 출력물과 동일하다거나 원본을 압수할 때부터 출력될 때까지 (그 문건이) 변경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운 몇 개에 대해서는 기각한다”며 “고 전 대법관 측이 지적했던 것처럼, 실물로 압수된 것이 아니라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 같은 일부 문건에 대해서는 보류한다”고 부연했다.피고인과 검찰 측은 그동안 이 출력물들이 원본(임 전 차장 USB에 있는 문건)과 동일한지, 수사 과정에서 수정된 사항은 없는지 등 ‘동일성·무결성’을 따졌었다.다만 재판부는 증인으로 채택된 정다주(43·31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전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에게 제시할 문건에 대해서는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이 변호인의견서를 통해 ‘증인신문 때 증인들에게 제시할 문건 중 임의제출로 받은 것이 있는데, 이것이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또 다른 쟁점… 임의제출 적법성 여부재판부는 이들 문건에 대한 증거 채택을 결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에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다. 임의제출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료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을 의미한다.이헌 변호사(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는 “USB를 임의제출 받을 그 당시에 전제됐던 범죄사실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동의했다면, 거기(USB)에 나와있는 부분이 범죄사실과 관련된 증거인 경우 증거로서 유효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별개 사안이 담긴 (USB의) 내용이 또다시 범죄사실이 되고, 임의제출 받은 그 (USB의) 내용을 증거로 쓸 수 있는지는 ‘독수독과’ 이론이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최근 권성동 의원 사건 등에서 영장 범위를 벗어난 별건 압수수색 증거는 위법수집 증거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