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흡수하자니 '집토끼' 눈치, 친박 안고 가지니 '산토끼' 눈치… 결단력에 관심 쏠려
  • ▲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 ⓒ이종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집토끼(지지층) 결집을 끝내고 산토끼(중도층)를 잡으러 나섰다는 평가다. 총선을 염두에 두고 행보의 전환을 꾀한다는 것이다. 성공의 열쇠는 물론 ‘공천 혁신’에 달려 있다. 그러나 황 대표의 결단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 대표는 최근 외연 확대를 위해 외부적으로는 한국당 지지세가 약한 청년세대(20~40대)와 만남을 늘리고, 내부적으로는 신(新)정치혁신특별위원회를 통해 공천 룰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황 대표가 직접 임명한 신(新)정치혁신특별위원회 신상진 위원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현역의원의 물갈이 폭이 과거보다 클 것"이라며 대폭적인 공천 물갈이를 예고했다.

    반발은 예고된 대로다. 친박계 중진인 홍문종 의원이 황 대표를 향해 “대권행보에만 관심이 있다”고 저격하고는 애국당에 입당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홍 의원은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동료 의원들이 있다고 시사하기까지 했다. ‘공천전쟁’을 앞둔 황 대표의 첫 난관이 돌출한 셈이다. 
     
    ‘친박연대’의 악몽?

    황 대표 측근에 따르면, 황 대표도 이 같은 돌발상황에 근심이 크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총선 전에 “친박당이 생길 것”이라고 독설을 했다. 괜한 우려와 전망이 아닌 것이,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의 기억 때문이다. 당시 공천에서 떨어진 친박 인사들이 친박연대를 창당해 돌풍을 일으켰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황 대표의 인적청산 의지를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한국당=친박당’으로 보는 중도 유권자의 시각을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불가피한 인적혁신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한국당 복수의 관계자는 “아직도 박근혜 전 대통령 이야기가 나오면 머리를 흔들고 화를 내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냐”며 “중도층에는 탄핵 여파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당 안팎서 황 대표의 ‘결단력’ 우려 목소리 나와 

    하지만 황 대표가 대대적 인적혁신과 같은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이야기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당 내부에서 “황교안 대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친박과 중진의원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대표의 입당과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지지대 역할을 했던 친박·중진 의원들이 인적쇄신의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과감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결단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확실한 ‘세대교체’에 필요한 결단력을 황 대표가 갖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는 당 바깥에서도 나온다. 

    한편 황 대표는 홍문종 의원의 애국당행 발언 이후 직접 사안을 챙겨보겠다고 했지만, 아직 홍 의원과 만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