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3차 공판…'재판 지연' 檢 주장에 박 전 대법관 "검찰 때문"
  • ▲ 박병대(61·12기·사진)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이 7일 3차 공판에서  “재판이 지연되는 이유는 2만쪽에 달하는 검찰의 증거에 있다”고 했다.ⓒ정상윤 기자
    ▲ 박병대(61·12기·사진)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이 7일 3차 공판에서 “재판이 지연되는 이유는 2만쪽에 달하는 검찰의 증거에 있다”고 했다.ⓒ정상윤 기자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공판에서 재판부에 ‘재판 공전’이 우려된다며 신속한 재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재판이 지연되는 이유는 2만 쪽에 달하는 검찰의 증거에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제35형사부(박남천 부장판사)는 7일 오전 열린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고영한(64·11기)·박병대(61·12기)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관련 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3차 공판은 당초 지난 5일로 예정됐지만 박 전 대법관 측이 4일 눈수술로 기일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이날로 연기됐다. 

    검찰 “재판 공전” vs 박 전 대법관 “2만여 쪽 검찰 증거 때문” 

    검찰은 이날 재판 공전을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 5일 공판기일이 변경된 것처럼) 향후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소송 지연이 우려된다”면서 “기일 변경과 재판 공전으로 오늘까지 마치기로 한 서증조사를 마치지 못하게 됐고, 증인신문조차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박 전 대법관이 건강상 이유로 재판 출석이 어렵다면 양 전 대법관에 대해 변론을 분리해 집중심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검찰은 “다른 통상의 구속사건과 같이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증인신문기일을 오는 19일로 지정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기일이 변경된 경우, 수요일과 금요일을 제외한 다른 요일을 보충기일로 지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법관 측은 재판 지연의 근본 원인은 2만 쪽에 달하는 검찰의 증거에 있다며 반박했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공판 진행이 절차에 따라 진실을 밝히려는 것이지, 이 사건 증거가 워낙 많기 때문에 (기간을) 한정해 놓고 할 게 아니다”라며 “일주일에 두 번 기일도 재판부 사정을 감안해 받아들였는데 두 번 이상 하는 것은 너무 무리가 아닌가 싶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채택한 증인 가운데 기획조정실 심의관 4명을 신문하기로 돼 있다”며 “이 4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오는 21일부터 26일, 28일, 7월3일 순차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 “조사하지 않은 내용 인용하지 말라” 

    재판부는 이날 검찰의 서증(증거)조사 설명방식에 대해 “(공소사실) 입증 취지를 설명할 때 아직 조사하지 않은 다른 증거내용을 인용·보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서증조사 과정에서) 증거별로 쟁점사항, 혐의와 관련성 등을 설명하는 것은 허가한다”면서도 “(혐의와 관련된) 쟁점사항이 확정된 게 아니고 다퉈지고 있다면 단정적으로 (쟁점사항이 확정된 것처럼) 진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변호인단은 지난 공판 당시 검찰이 서증조사를 설명하면서 아직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다른 증거와 연관성 등을 함께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7일 오전 “서증 설명방식과 관련해 구술에 의한 검사의 서증 설명은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서증조사 설명을 재판에서 해야 한다는 점(공판중심주의) △주요 내용을 말로 변론해야 한다는 점(구두변론주의) 등 서증조사 방식이 형사소송법상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종헌(60·16기) 전 법원행정 차장의 USB 등 사본 출력물에 대한 증거능력 인정에 대한 부분도 다뤄졌다. 박 전 대법관 측은 사본 출력물 중 검찰이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증거목록에는 올렸으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증거물의 출처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변호인 측이 말한) 출력물의 동일성을 입증하는 한편, (문제로 지목된 증거물에 대해서는) 출처와 출력물 간의 동일성을 같이 입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법원행정처 압수수색 과정에서 구한 사본 출처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