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원령공주'로 유명해진 야쿠시마… '삼청동 4차원'서 13일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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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우 재팬올 대표(발행인).ⓒ박성원 기자
강을 뒤덮은 안개, 거대한 삼나무 뿌리와 그루터기, 이끼숲… 신성한 기운이 도시인들의 감수성을 깨운다.신문기자와 비영리매체 편집인으로 활약했던 이재우 재팬올 대표(발행인)가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카페 '삼청동 4차원'에서 '원령공주 사진전'을 6월 13일까지 개최한다.사진전에는 이재우 대표가 '원령공주'의 섬, 야쿠시마(屋久島)에서 직접 찍은 풍광 20여 점이 전시된다. 각각의 사진에는 야쿠시마 곳곳을 누비며 관찰하고, 태고의 숨결을 포착하기 위해 숨죽였던 결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야쿠시마는 사슴 2만 마리, 원숭이 2만 마리, 사람 2만명이 함께 살며 한 달에 35일은 비가 온다는 섬이에요. 비가 워낙 많이 내리는 곳이라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어요.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거나 카메라가 비에 젖는 것도 감수해야 하죠." -
- ▲ 야쿠시마의 원시숲.ⓒ이재우 대표
큐슈 최남단 가고시마현에서 뱃길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야쿠시마는 제주도의 4분의1 정도 크기다. 1993년 일본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으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원령 공주(모노노케 히메)'의 실제 배경이 된 곳이다.야쿠스기(屋久杉)라 불리는 수령 수천 년의 삼나무들과 초록의 이끼가 어우러진 야쿠시마는 규슈의 최고봉인 미야노우라다케(1936m)를 비롯해 1000미터를 넘는 봉우리 46개를 품고 있다. 경관이 빼어나 일본 100대 명산에도 올라 있다.사진전의 명칭인 '섬(島), 산(山). 숲(森), 그리고 쉼(休)'에 대해 이 대표는 "산과 강, 바다가 있는 야쿠시마는 단순한 힐링 공간을 넘어 '생명과 치유의 섬'이라고 불러요. 원시림에 들어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는 핫 스팟(spot)이에요. 사진을 통해 도시 사람들의 지친 일상을 위로받기를 바래요"라고 전했다.야쿠시마는 하야시 후미코(1903~1951)가 '부운(뜬구름)'을 쓴 소설의 섬으로 사람들에게 먼저 알려졌다. 일본 근대문학의 한 축을 이뤘던 후미코는 강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는 산장호텔에서 필생의 역작 '부운'을 집필했다. 전시 공간 한 켠에는 후미코가 쓴 '부운'의 한글 번역본이 놓여 있다. -
- ▲ 안개가 걷힌 강마을의 전경.ⓒ이재우 대표
지난해 6월 산장호텔에 묵었던 이 대표는 "사진은 순간이 중요해요. 구도보다는 가장 좋은 상황이 연출됐을 때 찍어요. 로비에서 호텔 밖 창문을 열고 안개가 걷히길 1시간 이상을 기다렸더니 원했던 순간이 오더라고요"라며 안개가 걷힌 강마을의 전경 사진을 애착 1순위로 꼽았다.이번 사진전은 전시 장소인 '삼청동 4차원'의 류태영 대표가 전문작가도 아닌 이 대표에게 직접 권하며 성사됐다. 한때 사진으로 업(業)을 삼았던 류 대표는 요즘은 북촌에서 '문화지킴이'를 하고 있다.이 대표는 "사진전 할만한 깜냥이 안 되는데 류 대표가 우연히 야쿠시마 사진을 보고 공간을 무료로 빌려주셨죠. 사진이지만 그림 같은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유리 액자가 아닌 캔버스에 담았어요. 일부러 사진 아래 기본적인 설명을 안넣었어요. 상상해보시라고요"라고 말했다.이어 "뭔가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은 흥분되고 긴장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다시 전시회를 하게 된다면 더 디테일하게 해보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재팬올은 한국을 기반으로 일본 기업 스토리와 브랜드를 주로 다루는 일본 경제전문 인터넷 매체다. 이 대표는 사진전 개최와 관련해 재팬올 사이트에 '야쿠시마 에세이'를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