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한일 외무장관 회담 내용 일부 공개… 한일관계, 개선 조짐 안 보여
  • ▲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 모습. 양측의 얼굴이 굳어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 모습. 양측의 얼굴이 굳어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는 만들지 못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풀만호텔 세미나실에서 회담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등이 회담의 주요 의제였다.

    강 장관이 먼저 고노 외상에게 “일본에서 '레이와(永和)' 시대가 개막했는데,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새 시대를 계기로 한일관계도 지금의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강 장관은 이어 “한일 양국 간 어려운 일들이 있는데, 기회가 될 때마다 긴밀히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며 “양국관계를 슬기롭게 관리해 나가면서 어떤 방향이 가능할지, 허삼탄회하고 생산적인 논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노 외상의 답변은 차가웠다. 그는 “일한관계의 어려운 문제를 극복해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관계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인사말을 마친 뒤 곧바로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고노 외상은 “오늘 한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배상하라고 판결한 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한국정부가) 사안의 중대성을 이해하지 못한 매우 심각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이 일한관계를 대단히 어렵게 만든다는 인식을 공유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 장관은 일본 측에 ‘신중한 언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외교부는 “한일 외교당국은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일본 측으로서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결국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과 관련한 한일 양국 간 냉각된 기류는 해소하지 못했다.

    한일 외교장관 간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 것이라는 징후는 회담 전에 나타났다. '연합뉴스' 등 현장을 취재한 매체에 따르면 고노 외상은 회담 전 취재진 앞에서 강 장관과 악수할 때부터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굳은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