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한일중 외교장관 회담 위해 中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여부에 변수
  • ▲ 20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하는 강경화 외교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하는 강경화 외교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일 오전 중국으로 향했다. 21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일중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한일 갈등을 해소하는 중재자 역할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아시아 전문가들은 중국이 중재 역할을 제대로 못해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일 언론들, 외교장관 회담 결과 예단 않아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강경화 장관의 출국과 제9차 한일중 외교장관 회담 개최 소식을 알렸다. 한정우 부대변인은 21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다는 영국 로이터 통신의 보도를 사실이라고 확인해주면서도 “양국 장관이 논의할 주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한일중 외교장관 회담은 9번째다. 20일에는 한일중 외교장관들이 참석하는 환영 만찬 일정뿐이다. 21일에는 한일중 외교장관 회담과 한일, 일중,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가 회담 일정을 확인해주자 국내 언론들은 이번 한일 회담에서 양국 갈등을 해소할 실마리를 찾을지, 아니면 갈등이 더 깊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NHK는 “한국이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을 원한다”는 요지의 보도를 내놓았다. NHK는 20일 “한국 강경화 외교장관이 이튿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앞두고 ‘일본의 수출관리 강화로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다’면서 외교적으로 양국 갈등을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NHK는 이어 “한국 내에서 한일 양국의 안보상 기밀정보를 공유하는 GSOMIA를 파기하자는 주장에 거세지는 데 대해 강 장관은 ‘관련 내용은 검토 중이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면서 “이 때문에 한국 언론들은 GSOMIA의 파기는 이번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 2018년 9월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과 강경화 외교장관이 활짝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9월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과 강경화 외교장관이 활짝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우리가 한일 중재” 美전문가들 “그렇게는 안 될 것”

    한편 한일 갈등이 깊어지자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 영자 기관지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18일 “중국이 한일 갈등을 해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은 지역 내 경제통합을 위해 항상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면서 “한중일 3국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면, 현재 세계를 휩쓸고 있는 보호주의 충격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 19일에는 홍콩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다시 한 번 중국 중재자론을 폈다. SCMP는 이날 “중국은 한중일 3자 협력이 모두에게 더 큰 이익이라는 점을 한일 양국에 납득시키고자 할 것이며, 이번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과 일본 양쪽 모두 품위를 지키면서 물러설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황다후이 중국 인민대 교수의 주장을 소개했다.

    한국 언론들은 ‘중국 중재자론’에 기대감을 표시하지만, 미국의 중국 전문가들은 달랐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0일 ‘중국 중재자론’에 회의적인 전문가 2명의 의견을 소개했다.

    오리아나 마스트로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여러분이 중국 언론 보도를 읽어봤다면, 이들이 한일 갈등을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리더십에 한계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미국이 가장 가까운 두 동맹국을 화해시키지 못하는 틈새를 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한일 양국 간 긴장은 꽤나 깊은 역사적 갈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중재가 실제로 성공할 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켈리 케네디 미국 외교정책이사회(AFPC) 연구원 또한 “중국은 한일 갈등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네디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 모두 중국이 자신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야욕을 숨기고서 중재자를 자처하는 게 아닌가 의심할 것”이라며 “한일 양국은 현 상황에서 중국에게 중재역할을 허용할 경우 미국 등 우방국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연구원은 이어 “한일 갈등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대응하는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면서 “한일 모두 전향적인 태도로 갈등을 풀 수 있게 미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