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실패하자 지소미아 카드 '만지작'… "안보 위해 지소미아는 꼭 필요,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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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외교장관이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 대상국 명단) 제외를 두고 최종 담판에 나섰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소득없이 끝나면서 한일관계가 또다시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1일 오전 8시47분(한국시간 오전 10시47분)부터 약 한시간 가량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논의에 나섰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회담에 앞서 '한일 회담이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 같은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회담 직전 같은 질문에 "지금은 말씀드릴 사항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강 장관은 오전 8시44분쯤 회담장에 먼저 들어섰다. 고노 외무상이 뒤따라 들어가 악수를 나눴으나, 두 장관 모두 얼굴에는 미소조차 띠지 않은 채 굳은 표정이었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자리에 앉을 동안까지도 두 장관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언론에 공개된 10초간의 초반 모습에서도 두 장관은 가벼운 환담도 나누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회담은 예정된 45분에서 10분 가량을 넘겨 오전 9시39분까지 이어졌다. 회담이 종료된 뒤 고노 외상이 굳은 표정으로 먼저 회담장을 빠져나왔고, 강 장관도 심각한 표정을 지어 아무런 성과가 없었음을 짐작케 했다. 회담에서 한국 측은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절차를 중단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일본 측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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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일(2일)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본 수출 규제가 안보상 이유로 취해진 만큼 우리도 한일 안보의 틀,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 측근인 아마리 아키라 일본 자민당 선대위원장도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100%"라고 주장하며 끝내 보복 조치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만약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결정한다면, 강 장관이 언급한대로 우리나라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하 GSOMIA·지소미아) 연장 거부 등의 카드를 꺼내며 맞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현재 한국의 분쟁 중지 요청과 미국의 중재도 거부하는 상황이다. 즉, 우리나라가 지소미아를 거부하더라도 한미일 안보 협력 우려를 언급하면 명분이 설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일본이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취할 때 안보상의 이유를 내세운 만큼 일본이 안보 협력의 핵심인 지소미아 연장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 될 수 있다.

    다만 지소미아를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소미아의 내용상 실익도 중요하고 상징적 의미도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입장을 단정적으로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역시 "북한 미사일 발사의 경우 한국은 미사일의 상승 정점까지는 탐지가 가능하나 하강 정보는 알지 못한다. 하강 정보를 알아야 한국을 타겟으로 쐈을 때 어디에 떨어질 지 예측 가능한데 일본 정보를 받아야만 이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이 지소미아를 통해 얻는 정보 가치가 절대 낮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북한 핵과 미사일을 머리맡에 이고 사는 한국에게 지소미아는 중요한 안보 정보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