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양정철, 우상호, 홍영표, 김태년, 윤호중, 이재명 등 ‘이해찬계’ 확산… ‘킹메이커’ 포석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측근들에 ‘힘 실어주기’를 통해 세(勢) 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이해찬계 몸집 불리기’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 대표가 벌써부터 차기 대권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하기 위해 포석을 다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이해찬계와 핵심 친문 사이에 세력다툼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해찬계는 8·25전당대회를 기점으로 형성됐다. 당초에는 뚜렷한 인물이나 방향성이 없어 ‘계파’로 분류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 대표도 ‘자기정치’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 자기 중심의 새 계파가 형성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최근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제 사람 키우기’에 나서며 이해찬계가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의도적으로 ‘친위대’를 꾸린다는 풍문까지 나돈다. 
    이해찬계에는 친노, 운동권 출신, 비문에 속하는 원내외 인사들이 다양하게 포진했다.
    홍영표·김태년·윤호중.... 여당 요직 장악
    대표적으로 홍영표‧김태년‧윤호중 의원은 이 대표가 당권을 쥐기 전부터 ‘이해찬사단’으로 불릴 만큼 최측근이다. 특히 김‧윤 의원은 이 대표 체제가 꾸려지자마자 각각 당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자리를 꿰찼다. 김 의원은 오는 원내대표선거에서 이 대표의 전폭적 지원을 받을 것으로 알려진다. 김 의원의 경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이자 전대협동우회를 이끌어 운동권 출신을 규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이 대표의 의중을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양정철도 ‘이해찬 사람’
    원외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도 이 대표가 공을 들이는 인물로 평가된다. 유 이사장은 친노 ‘적통’으로 친노 ‘좌장’인 이 대표와 친분이 깊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유 이사장을 지난해 10월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불러들인 것도 이 대표다. 때문에 여권에서 뚜렷한 대선주자를 찾지 못한다면 이 대표가 다시 한번 유 이사장에게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양 전 비서관도 이 대표가 민주연구원장으로 복귀를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호, 이재명 등 ‘비문계’도 흡수
    이 대표는 여기에 비문계도 흡수하는 모양새다. 주류 친문계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던 비주류 비문계를 감싸안아 ‘자기사람’으로 만든다는 관측이다. 우상호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표적이다.
    우 의원의 경우 최근 입각설이 나돌았지만 최종 개각명단에서 제외됐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이유는 “이 대표가 내년 총선을 위해 당에 남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막판 검증에서 우 의원을 제외했고, 이 대표가 우 의원의 체면을 위해 ‘만류’하는 판을 짰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우 의원을 원했는데 당대표가 거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청와대에서 소위 ‘물’먹은 것을 이 대표가 감싸안은 것 아니겠나. 전대협 부의장 출신인 우 의원과 동지애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지사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반발세력의 ‘이재명 출당’ 운동에도 끝까지 감싸안으며 비문의 지지를 얻은 바 있다.
    “공천 영향력 극대화하려는 포석”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이 대표의 세 확장에 의혹의 시선을 제기한다.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킹메이커’ 자리에 앉기 위해 사전작업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총선 전 세(勢)를 확실히 다져놔야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고, 대선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에 측근을 발탁한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때도 킹메이커로 활약했고, 이번에도 당대표에 당선되자마자 킹메이커설이 돌았다”고 전했다.
    당초에는 이 대표가 직접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정치권에서 ‘당권 → 대권’ 직행은 공식화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직접 차기 대선에 나설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당권 도전 때도 ‘올드보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 대표가 ‘역풍’의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대권에 도전하지는 않으리라는 말이다. 이 대표 스스로 “당대표가 마지막 소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친문 ↔ 친이 ‘대결구도’ 가능성도
    이 대표가 킹메이커로 등극하기 위해 세 확장을 본격화한다면 친문과 대결구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대표는 당대표 후보 때부터 핵심 친문과 갈등을 빚었다. 당시 핵심 친문 주축들로 구성된 ‘부엉이모임’이 김진표 후보 편에 섰기 때문이다. 이후 양측은 이 지사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도 대립각을 세웠고, 이번 원내대표선거에서도 지난 전당대회와 마찬가지로 각각 다른 후보 진영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