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후 띄운 '고파스' 글 통해 '폭로 진실성' 강조 "죽으면 내 말 믿어줄 것"
  • ▲ 3일 오전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 추정되는 닉네임 '신재민2'가 올린 글. ⓒ고파스 캡쳐
    ▲ 3일 오전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 추정되는 닉네임 '신재민2'가 올린 글. ⓒ고파스 캡쳐
    3일 오전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가 반나절만에 발견된 신재민(32·행시57회)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 남긴 글을 통해 그간 폭로한 내용들의 '진실성'을 재차 강조했다. 신 전 사무관은 고려대 출신이다. 

    이날 오전 11시 19분 고파스에는 신 전 사무관으로 추정되는 닉네임 '신재민2'의 '마지막 글입니다'라는 글이 게시판에 올라왔다.

    신 씨는 이 글에서 "적자성 국채는 듣거나 본 게 아니라 내가 겪은 일"이라며 "내 귀로 'GDP대비 채무비율을 낮추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들었다. 페이퍼 다 있었지만 폰을 버렸다"고 했다.

    신 씨는 또 "제가 (청와대 외압을) 폭로한 건 일을 하면서 느꼈던 부채의식 떄문이었다"며 "이걸 말하지 않으면 다른 것을 못할 거라는 부채의식으로 퇴사하고 6개월 동안 폐인·쓰레기처럼 살았다"고 했다.

    신 씨가 이 글을 띄운 것은, 이날 오전 잠적 후 경찰에 발견되기 전이다. 글에는 죽음으로 자신이 폭로한 내용의 진실성을 인정받고 싶다는 내용이 여러 군데 담겨 있다. 

    "제가 죽어서 더 좋은 나라 됐으면..."
    신 씨는 "제가 죽어서 조금 더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내부고발을 인정하고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 비상식적인 정책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결정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라고 했다. 이어 "좀 더 오래살았으면 더 하고싶은 말이 많았는데 죽어서 아쉽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

    그러면서 신 씨는 "원래는 회사(기재부)를 그만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했었는데 부족한 것 같다"며 "어느 기자님 말처럼 몇몇 분의 생계가 나로 인해 위협받는 거니까, 아무리 이게 공익이고 정의라 해도 내가 죽어야 저울추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신 씨는 "아버지 어머니 정말 사랑하고 죄송하다. 그래도 저는 잘한 것 같다"며 "더 긴 유서는 신림 집에 있다.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가 유서를 돌려줄 것"이라고 했다.

    "죽으면 제가 하는 말을 믿어줄 것"
    이어 "강요나 외압으로 죽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정말 그냥 나라가 좀 더 좋아지길 바랐을 뿐이었다. 그래도 죽으면 제가 하는 말을 믿어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해당 글은 이날 정오 기준 조회수 6천회를 기록하고 있으며 해당 글에 달린 댓글만 200개가 넘었다. 글을 남긴 '신재민2'가 확실히 신재민 전 사무관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고려대 동문들은 해당 글을 신 씨읜 글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신 전 사무관의 고려대 동문들은 "정말 그가 맞느냐"며 본인이 아니길 바라면서도 "절대 혼자가 아니니 조금만 더 힘내라"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그러면 안 된다" "제발 극단적 선택만은 하지 말아 달라" 등의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