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넷 美랜드연구소 연구원, '근거 없는 통일 낙관' 비판… "北에 의한 '평화적 적화통일'도 경계를"
  • ▲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국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국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남북통일은 김정은 정권이 사라진 뒤의 북한 정권과 협상을 통해 이뤄내는 방식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이 북한과의 ‘평화통일’에만 매달려 다른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美랜드 연구소가 발표한 ‘한반도 통일로 가는 선택의 길’이라는 보고서 내용, 저자와의 인터뷰 등을 2일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이 작성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이후 북한과의 협상으로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 엘리트 계층에게 통일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기존 연구는 대부분 평화통일 방식에 편중돼 있고, 전쟁이나 북한 주도의 통일 가능성, ‘포스트 김정은 정권’을 염두에 둔 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북통일에 대한 연구들이 거의 대부분 “통일이 시작되면 성공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도 기존 통일연구에 대한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통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은 전쟁, 김정은 정권 붕괴, 평화적 합의로 나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다시 9가지 세부적인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전쟁의 경우에는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 북한이 무력 통일에 성공하거나, 한국이 미군과 함께 북한을 점령해 통일이 되는 상황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북한을 점령했다고 해도 별다른 문제없이 통일되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전쟁 비용, 불안정한 평화로 이어지는 상황, 그 반대의 상황으로 다시 나뉠 수 있다고 한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사용 가능성이 크며, 수백만 명의 인명 피해는 물론 경제적·사회적 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이를 복구하는데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남북 모두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겠지만 오판이나 우발적 도발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한미 동맹의 대북 억지력 강화와 함께 대북 심리전 및 정보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연방제를 하되 한국 돈만 빨아먹는 게 김정은이 원하는 통일”

  • ▲ 한때 유튜브와 SNS에서 많이 퍼졌던 '평화적 적화통일'이라는 슬라이드. ⓒ유튜브 캡쳐.
    ▲ 한때 유튜브와 SNS에서 많이 퍼졌던 '평화적 적화통일'이라는 슬라이드. ⓒ유튜브 캡쳐.

    베넷 선임연구원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는 통일은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은 베넷 연구원도 인정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외부 정보 유입에 편집증적인 반발을 하는 것은 체제 불안정의 반증이라며 아무리 작은 가능성이라고 해도 한국과 미국은 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체제 붕괴 이후 한국이 군사적 개입을 하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지금부터 ‘포스트 김정은’ 시대를 대비해 북한 엘리트 계층과의 협상을 통해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북한 고위급 인사들 대부분이 수익사업을 벌이거나 외화벌이 사업 등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이들은 신흥 사업가 집단이 될 수 있으며, 중국과 같은 개혁개방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평화통일’이라고 해서 모두 한국이 주도하거나 북한을 일방적으로 흡수하는 것은 아니며, ‘연방제 통일’과 같이 북한이 한국을 ‘평화적으로 적화통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는 한국과 북한 지도부가 다른 생각인 만큼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김정은이 가장 선호하는 통일 방식은 남북한이 별개의 존재지만 완전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이 모두 지배할 수 있는 연방제 통일로 보인다”면서 “이 경우 김정은은 한국의 통치는 최소화하는 대신 대규모 대북경제지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보면 결국 김정은 체제가 한반도 통일에 있어 최대의 장애요소”라고 결론지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반도가 평화통일을 이루려면 김정은이 좋은 지도자, 선량한 협상가로 인식되는 것을 막고, 어떤 방식이든 통일에서 군사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통일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상당한 수준의 무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