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이 통수권자 행세" 네티즌들 "자중하라"… "靑 국감 앞두고 이낙연 선수친 것" 분석
  • ▲ 이낙연 국무총리. ⓒ이종현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 ⓒ이종현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지난 17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시찰'에 대해 '격노했다'는 언론 보도가 최근 정치권 화두로 부상했다. 현 정권 핵심인물들간 갈등이 표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일까. 청와대는 즉각 수습에 나섰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 관심과 해석 등을 막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뉴스핌은 지난 28일 단독 보도를 통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임종석 비서실장 DMZ행'에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은 '권력 2인자'처럼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전방부대를 시찰했다. 군 최고지휘관들로부터 성대한 의전을 받기도 했다. 이를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해듣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뉴스핌은 또 '야권 관계자'를 인용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격노한 이유와 관련 "임종석 비서실장이 그날 DMZ를 시찰하면서 마치 '국군통수권자'인 것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행세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임종석 비서실장보다) 연배가 많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보기에는 썩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국군통수권자' 행세"

    보도가 나온 후 임종석 비서실장은 야권의 질책을 받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29일 최고위원회의 때 "비서실장이 대통령 외유기간 때 국정원장·국방부장관·통일부장관 등을 대동하고 비무장지대를 시찰하더니, 엊그제는 청와대 공식홈페이지의 첫 장에 임종석 비서실장이 비무장지대 화살머리 고지를 방문한 동영상이 임 비서실장 나레이션과 함께 유튜브로 방영되는 촌극이 벌어졌다'며 "(임종석 비서실장은) 자기 정치하려거든, 비서실장직에서 내려오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심각해짐을 인지했을까.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DMZ행을 적극 해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손학규 대표의 질타가 있던 날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임종석 비서실장이 '자기 정치'를 했나.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낙연 국무총리가 임종석 비서실장 DMZ행에 격노했다는 것도) 파악된 게 없다"고 했다. 이어 "(임종석 비서실장은) 남북공동선언이행추진위원장으로 현장 점검을 위해 (DMZ를) 방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서도 "이낙연 국무총리가 화를 낼 법하다"

    하지만 정치권은 청와대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양새다. 당장 '집권당'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3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격노했다는 보도를 봤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 성격'하는 분이라는 걸 다른 지인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그런 점을 비춰볼 때 이낙연 국무총리가 화를 낼 법하다. 다만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앙금이 있다거나 쌓인 게 있어서 그렇게 격노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문재인 정부라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 아닌가"라고 운을 뗐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보도를 보면 '야당 의원'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만찬을 했고, 그 자리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의 의전'을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해들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는 당연히 화를 내는 게 맞는 처세지, '네 네' 하는 게 맞는 처세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게시판에서도 "임종석 자중하라"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 역시 "지금 임종석 비서실장의 DMZ행을 놓고 야권에서는 '황제의전'을 거론한다. 이러한 임종석 비서실장 행보는 최근 경제지표 악화라든가, 대외여건 등과 대조할 때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 이런 점을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적한 것으로 난 봤다"며 "실제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게시판이나 각종 포털사이트 내 댓글을 보면 임종석 비서실장을 향해 '자중해라' 또는 '색깔 없이 보좌해라' 등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임종석 평양회담 때는 '꽃할배' 표현

    이 관계자는 "그리고 이낙연 국무총리의 임종석 비서실장을 향한 애정있는 질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중순쯤 임종석 비서실장이 평양 남북정상회담 초청 관련 야당 의원들에게 '꽃할배'라는 표현을 쓴 것을 지적하기도 하지 않았나"라고도 했다. 

    실제 임종석 비서실장은 지난달 11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동행을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거절하자 페이스북을 통해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했다. 김병준 위원장과 손학규 대표가 '정치권 올드보이'임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정치분야) 때 "(임종석 비서실장이) '꽃할배'를 운운하면서 (야당 대표들에게) 방북을 요청했다"는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 지적에 "(임종석 비서실장의 당시 발언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운영위 국감 대비한 이낙연의 선수치기?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가 임종석 비서실장의 DMZ행을 놓고 격노한 이유는 다음달 6일 열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와 연관 깊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존재한다. 민주당의 한 대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감사는 아직 안 끝났다. 이런 상황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의 DMZ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 아니다. 다가올 국정감사 때 야당의 질타를 조금이라도 완충시키기 위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선수를 친 것 아닌가 싶다"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만 '정치 9단'이 아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박지원 의원 못지 않은 '정치 9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