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복 판사 "백남기 유족 비방목적 있었다"… 윤·김씨 "허위사실 적시 없어" 항소 계획
  • 판결 직후 서울중앙지법 로비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세의 전 MBC 기자. ⓒ 정상윤 기자
    ▲ 판결 직후 서울중앙지법 로비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세의 전 MBC 기자. ⓒ 정상윤 기자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은 뒤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한 고(故) 백남기씨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만화가 윤서인(44)씨와 김세의(42·가로세로연구소 대표) 전 MBC 기자가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6단독(부장판사 최미복) 재판부는 26일 서관 506호 법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윤서인과 김세의는 '자신들은 일반적인 세태를 풍자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썼을 뿐, 절대로 누구를 비난하기 위해 관련 게시물을 올린 게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특정인의 사생활을 언급해 그 인물을 비난하는 것은 해당 인물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봐야 한다"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두 사람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윤서인씨는 2015년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은 백남기씨가 혼수상태에 빠져 위독한 상황임에도 불구, 2016년 10월께 백씨의 딸 백모씨가 해외 휴양지 발리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썬베드에 누워 휴가를 즐겼다는 내용의 시사만평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사실로 백씨의 유족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재판에 넘겨졌다.

    김세의 전 기자는 같은 시기 자신의 SNS 계정에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정한 딸이 있다"며 "위독한 아버지의 사망 시기가 정해진 상황에서 해외여행지인 발리로 놀러갔다는 점이 놀랍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동일하게 백씨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 판결 직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김세의 전 MBC 기자의 기자회견 장면을 지켜보는 만화가 윤서인씨. ⓒ 정상윤 기자
    ▲ 판결 직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김세의 전 MBC 기자의 기자회견 장면을 지켜보는 만화가 윤서인씨. ⓒ 정상윤 기자
    재판부는 "피해자는 망인의 딸로, 공권력의 과잉 진압 문제로 공적 논쟁에 들어선 사람"이라며 "다만, 개인의 사생활은 공적 논쟁과는 관계가 없고, 특정한 시기 '한정된 범위' 내에서 관심을 끄는 '제한적 공적 인물'에 대한 사생활을 언급하거나 비방하는 것은 해당 인물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공적 논쟁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했다.

    특히 "피고인들의 표현 방식을 살펴보면 망인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피해자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희화화한 것으로 보여, 피해자의 인격권을 허물어뜨리기에 충분해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공소(명예훼손)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게시한 만화를 통해 허위사실을 적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윤서인의 경우 ▲사망 당시 상황을 보면 허위사실을 그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고 ▲피고인은 직설적인 언행이 아닌 은유나 풍자적인 방법을 사용해 만평을 그렸으며 ▲풍자 만화는 어느 정도의 과장이 용인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해야 하나, 사실 적시로 인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명예훼손)가 인정되는 관계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씨에게 "신문에 공소 사실 중 일부가 무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공시하겠느냐"고 물었고 윤씨가 동의함에 따라 조만간 이날 재판의 판결문 요지가 법원이 지정한 일간신문에 실리게 됐다.

    판결 직후 윤서인씨와 김세의 전 기자는 "먼저 피해자가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점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힌 뒤 "자신들은 허위 사실을 적시한 적이 없으며 특정인을 겨냥해 인격을 폄훼하거나 비방할 목적으로 게시물을 올린 게 아니기 때문에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