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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에 등장한 짝퉁 김정은 하워드 X ⓒ MBC뉴스캡처
'짝퉁 김정은'들의 전성시대다. 홍콩과 한국에 사는 두 명의 '김정은 닮은꼴'들 이야기를 최근 BBC 코리아가 다뤄 화제다. BBC 코리아는 영국 BBC의 한국어판 뉴스 사이트다. BBC 코리아가 소개한 '짝퉁 김정은'은 홍콩의 하워드 X 씨와 한국의 김민용 씨다.
홍콩의 김정은으로 불리는 하워드 씨는 하룻밤 사이에 유명인사가 된 경우다. 그는 2013년 만우절 날 김정은 분장을 한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이후로도 김정은의 모습으로 홍콩의 시장과 거리를 활보하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파격적인 퍼포먼스도 벌였다. 홍콩 주재 미국 대사관과 한국 총영사관을 찾아 망명을 시도하는 모습을 연출했고, 북한영사관을 방문해 "나는 김정은이다"고 외쳐 영사관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하워드 씨, 정치적 퍼포먼스에 능해
하워드 씨는 2014년 9월 홍콩 민주화 시위에 등장해 "중국에는 남성도 한 표, 여성도 한 표, 그런데 북한처럼 후보도 한 명일 것"이라고 말해 중국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을 위협하는 내용의 이스라엘 햄버거 광고를 찍기도 했다. 하워드 씨를 두고 독재자를 흉내내는 배짱을 칭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워드 씨 본인은 혹시 있을지 모를 북한의 테러를 우려해, 퍼포먼스 아닌 일상에선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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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11월 이태원에서 짝퉁 김정은인 김민용 씨와 짝퉁 울버린이 함께 찍은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김민용 씨, KFC 광고 제의 받기도 해
2011년 12월, 김정은이 집권할 때 김민용 씨는 군 복무 중이었다. 김정은이 뉴스를 만들어낼 때마다, 군대 동료들은 김 씨에게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고 놀려댔다. 김정은과 흡사한 용모 때문이었다. 김 씨는 군 복무 기간 중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전역 후엔 김정은과 닮은 자신의 외모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2014년 10월 31일 할로윈데이 때 김 씨는 김정은과 같은 헤어스타일에, 김정은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하고 서울 홍대 거리에 등장했다. 바로 스타가 됐다. 김 씨는 이후 미국산 수입 장난감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김정은 집권 후 광고 모델, 게임 캐릭터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는 특히 바쁘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설전, 그리고 설전에 이은 정상회담 때문이다.
김민용 씨는 현재 KFC와 새로운 광고를 협상 중에 있다. 하워드 씨도 트럼프, 푸틴 대역 배우들과 함께 마카오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해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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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중국 심양에 등장한 세번째 짝퉁 김정은 ⓒ 종편방송캡처
하지만 이들에게도 고충이 있다.
김민용 씨의 경우 일부 북한 인권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김정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며 "북한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가 탈출한 사람들에게는 굴욕적인 일일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라고 말한다.
김 씨는 뉴욕에 머물다 그를 실제 김정은으로 착각한 행인에게 맞을 뻔 했다. 북한의 해킹에 노출되기도 했다. 어느 날 자신의 이메일 계정이 해킹돼 국정원에 문의했다가 북한의 소행이란 설명을 들었다.
중국선 양꼬치집 '김정은'도 등장
두 사람의 원조 '짝퉁 김정은' 외에 제 3의 짝퉁도 등장했다. 2015년, 중국 심양에서 양꼬치구이를 먹고 있는 '짝퉁 김정은'이 등장했다. 사진이 인기를 끌며 양꼬치구이 집의 매출도 폭증했다고 한다. '짝퉁 김정은의 전성시대'란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닌 시절이다.
홍콩판 김정은 하워드 씨는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독재자라는 건 평생 직업이다. 당뇨나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때문에 김정은이 죽지 않는 한, 아마 30년은 '김정은 닮은꼴'로 살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짝퉁 김정은'의 시대가 앞으로도 계속될 거란, 짝퉁 김정은의 바람 또는 분석이다.
하지만 김정은 독재체제 아래에서 고통받고 있는 수천 만의 북한 주민들을 생각할 때, '짝퉁 김정은'들의 인기를 좋게만 생각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당연히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