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고 있는 나라도, 사용하는 언어도 다른 한국 소녀와 영국 소년의 교감이 다시 시작된다.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은 한국·영국 청소년극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한 연극 '오렌지 북극곰(Orange Polar Bear)'을 오는 11일부터 21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재연한다.

    2014년 시작된 한·영 청소년극 프로젝트는 한국과 영국이 함께 개발하고 제작한 청소년극을 양국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이어져왔다. 

    2016년 한국어로 초연된 '오렌지 북극곰'은 올해 새롭게 발전시킨 희곡을 한국과 영국의 배우들이 양국의 언어로 공연하며, 한영자막이 제공된다. 국립극단에서의 공연 이후, 11월 영국 버밍엄 레퍼토리 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작품은 엄마가 부재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한국의 소녀 지영과 이민자의 아들로 영국에 살고 있는 소년 윌리엄의 이야기를 그린다. 서로를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청소년은 함께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어느 순간 서로를 감지하게 된다.

    초연에서 직접 만나지 않은 '지영'과 '윌리엄'은 이번 재연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제3지대'에서 만나게 된다. 양국의 작가들은 혼란이 극에 치닫는 순간 둘을 만나게 하면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서로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도록 했다. 

    하나의 공간을 사용하면서 지영과 윌리엄의 영역을 분리시켰던 무대 역시 경계를 완벽하게 허문 디자인으로 변경된다. '세대 갈등', '여성 혐오' 등 최근 사회적 이슈를 반영하는 독백 대사들도 새롭게 등장한다.

    희곡개발 공동워크숍을 토대로 탄생한 '오렌지 북극곰'은 작가 고순덕과 에반 플레이시가 서로의 나라를 오가며 '청소년의 정체성'이라는 키워드로 작품을 개발했고, 양국의 청소년들도 작품 개발 및 제작과정에 참여했다.

    연출은 영국 어린이청소년극 현장을 30여 년간 지켜온 연출가 피터 윈 윌슨이 초연에 이어 맡는다. 소녀 '지영' 역은 배우 김민주가 연기하며, 소년 '윌리엄' 역은 오디션을 통해 새롭게 발탁된 영국의 신인 배우 라자크 쿠코이가 분한다.

    고순덕 작가는 "2014년 한국과 영국의 청소년들이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쉽게 친구가 됐다"라며 "이렇게 경계를 뛰어넘는 청소년들의 힘이 '오렌지 북극곰'을 통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사진=국립극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