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행정관, 30일 사의 표명 "평양 공연까지로 충분"
  •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다'는 글을 남겼던 탁현민(사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30일 사의를 표명했다.

    탁 행정관은 이날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애초에 6개월만 약속하고 들어왔던 터라 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탁 행정관은 "5.18 기념식부터 평양 공연까지로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평양 공연 이후 여러 차례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임종석) 비서실장님이 사표를 반려하고 남북정상회담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따르기로 했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지난 29일 자신이 사퇴를 암시하는 글을 올리자 청와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던 건 "사직 의사가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다"면서 "인간적인 정리로 (청와대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굳이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이유"라고 말했다.

    또한 "새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된 김종천 비서관은 제가 청와대 안에서 유일하게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로, 가장 적임자"라면서 의전비서관으로 발탁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사의를 결심한 게 아니냐는 일부 언론의 시각을 일축했다.

    그는 김 비서관 때문이 아니라 지난 18일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게 사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음을 밝혔다. 앞서 탁 행정관은 제19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불법 선거 운동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100만원 이하의 벌금은 직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되겠지만, 제게는 오히려 떠밀려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탁 행정관은 지난 2007년 발간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와 '남자마음 설명서'를 통해 '안일한 성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고,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

    다음은 탁 행정관이 일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전문.

    "탁현민입니다.

    사직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지난 평양공연 이후였습니다.

    애초에 6개월만 약속하고 들어왔던 터라 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5.18 부터 평양공연까지로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비서실장님이 사표를 반려하고 남북정상회담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따르기로 했고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 사이도 여러 차례 사직의사를 밝혔지만 저에 대한 인간적 정리에 쉽게 결정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굳이 공개적으로 사직의사를 밝힌 이유가 되겠습니다.

    선거법위반 재판의 1심 결과도 사직을 결심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100만원 이하의 벌금은 직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되겠지만, 제게는 오히려 떠밀려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지난 1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며 수많은 행사를 치러낸 의전비서관실의 동료들도 이제는 굳이 제가 없어도 충분히 대통령행사의 기획과 연출을 잘 해내리라는 믿음도 있고 무엇보다 새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된 김종천 비서관이 있어 더욱 그러한 믿음이 단단해졌습니다. (저와 김종천 비서관의 인간적 관계에 대해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는 제가 청와대 안에서 유일하게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이며 가장 적임자이기도 합니다. )

    조선일보 보도에 저와 김비서관 사이의 갈등이나 인사문제를 이야기 하던데... 정말 조선일보는 지난 1년 내내 참 대단합니다. 그 ‘신박’한 해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청와대 관계자가 제가 사표를 쓰지 않았다는 말을 했던 것은, 아마 저의 사직의사가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조용히 떠나고 싶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인해 지난 1년 내내 화제가 되었고 나가는 순간까지도 이렇게 시끄럽네요.

    여러 소회는 언젠가 밝힐만한 시간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굳이 이말 저말 안하고 좀 조용히 지내려 합니다. 허리 디스크와 이명과 갑상선 치료가 먼저라...

    지나치게 많은 관심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