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더 박사 “남북 정상의 연내 종전선언 합의, 지나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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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北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 종전선언을 할 것이라는 발언은 지난 3월부터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지난 3월 채널A 돌직구쇼 방송화면 캡쳐.
美北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인 싱가포르에 청와대 직원들이 급파됐다. 다수의 언론들은 “청와대가 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미 회담을 열고 종전선언을 하려는 목적”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미국의 소리’ 는 게리 세이모어 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브루스 베넷 美랜드 연구소 선임 연구원, 스콧 스나이더 美외교협의회(CFR) 선임 연구원, 로버트 갈루치 前 국무부 북핵 특사 등 美한반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소개했다.이들은 한목소리로 “한국과 북한, 미국이 공식적으로 6·25전쟁을 끝낸다는 선언을 하려면 군사적 측면에서 실질적 행동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다면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에 포함됐던 ‘상호 불가침 선언’처럼 상징적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게리 세이모어 前 NSC 조정관은 “종이에 공식적으로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지상에서의 모든 군사적 위협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단순 성명에 불과한 선언은 실질적으로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세이모어 前 NSC 조정관은 "진정한 의미의 종전선언이 되려면 비무장 지대(DMZ) 주변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는 남북한 병력을 줄이거나 다른 곳으로 재배치하는 내용의 합의가 포함돼야 진정한 의미의 종전선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브루스 베넷 美랜드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미국의 시각에서 종전선언에 접근했다. 그는 “미국이 한반도 종전 선언에 참여하려면 우선 북한 핵무기가 제거돼야 하고, 두 번째로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비롯해 재래식 전력의 대규모 감축을 포함하는 내용의 군축 약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베넷 선임 연구원은 세 번째 필요한 요건으로 바로 ‘적대행위 중단’을 꼽았다. 그는 여기에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원쑤 미제’라 규정하고 비난하는 선전 행위 중단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 북한의 대미 비방 중단, 실질적 군축 검증절차 필요
- ▲ 2017년 10월 외교부 청사 앞에서 열린 미군철수 촉구시위. 미군철수를 촉구하는 단체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군축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넷 선임 연구원은 “북한은 한반도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체제 보장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의 정당성을 없애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하며 “북한이 먼저 핵 개발 폐기를 하지 않을 것이므로 美北정상회담 직후에 남북과 미국이 함께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스콧 스나이더 美외교협의회 선임 연구원은 냉전 당시 유럽에서의 미소(美蘇) 군축을 예로 들며, 한반도 종전 선언을 하려면 지금의 ‘명목상 비무장 지대’를 ‘실질적 비무장 지대’로 바꾸고, 후속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매우 복잡한 과정과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스나이더 선임 연구원은 “이런 맥락에서 보면 남북이 종전선언 시기를 못 박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고 합의하고 선언문에 명시했다.스나이더 선임 연구원은 “군축을 포함해 오랜 기간의 합의와 검증을 포함해야 하는 종전선언을 남북이 올해 안까지 해내겠다고 합의한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며 “두 한국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종전선언 시기를 올해 안으로 못 박으면서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를 신속하게 이뤄야 한다는 압박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남북이 종전 선언을 서두르는 데 대해 그나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전문가는 로버트 갈루치 前 국무부 북핵 특사뿐이었다고 한다.갈루치 前 특사는 “한반도 종전 선언이 비록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하더라도 그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종전선언에 합의하는 것이 미국과 한국, 북한 간의 관계 정상화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첫 단계”라고 평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