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일비용 총 2316조원’ 보고… ‘남북경협 H라인’ 퍼주기 논란
  • ▲ 지난 3일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가 1차 회의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지난 3일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가 1차 회의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경제협력(경협) 논의가 꿈틀되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 날짜가 잡히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인 대북 지원을 화두로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일단 조심스러운 표정이지만,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구체적 로드맵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이크 폼페미오 미국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각) 〈폭스뉴스 선데이〉와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면 미국 민간 기업들의 북한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민간부문의 미국인들이 들어가 에너지 설비 구축을 도울 것"이라며 "인프라 개발과 북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위해 그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1일에도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긍정적인 발언을 했다.

    강경파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핵무기 폐기를 전제로 하지만, 이른바 북한판 마셜 플랜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북 지원을 고민해온 문재인 정부도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표정이다. 남북한은 지난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입을 맞춘 바 있다.

    판문점 선언에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개성-신의주 철도는 물론 동해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등의 토목·건설 경제지원이 명기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H라인 구상의 시발점이다.

    H라인 구상은 목포에서 신의주를 거쳐 중국으로 향하는 서해안벨트와 부산에서 시작해 나진·선봉을 거쳐 러시아로 이어지는 동해안 벨트를 각각 종으로 연결하고 두 벨트를 DMZ를 중심으로 횡으로 이어 대륙으로 뻗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환서해 경제구역과 환동해 경제구역을 조성해 북한과의 경제 협력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구상도 담겨 있다.

    정부는 모처럼 남북한 훈풍에 그동안 별러왔던 대북지원을 위해 예산확충과 집행계획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하는 판문점 선언 이행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3일 부터 본격 가동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에 철도·도로 등 인프라 구축 및 경제 특구 개발에 향후 10년 간 최대 270조 원이 소요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2015년 '남북 교류 협력 수준에 따른 통일 비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남북한이 적극적인 경제 협력을 한 이후 2026년 통일 한다고 가정할 때 2060년까지 총 2,316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았다. 남북한 경제 협력의 규모가 천문학적 액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때문인지 청와대는 현재까지 경제협력 방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경제 협력 언급만 늘어놓는 상황이 자칫 '퍼주기'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날 오전 남북 관계 개선에 관한 질문을 받고는 "사견을 전제로 말씀드렸다가는 보도가 콸콸 나가 혼선이 올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신북방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정에 대한 보도에 대해 "그럴 일정도 없고 어떤 내용이 담길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늦어도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구체적인 틀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와 함께 북한에 제공할 인센티브가 결정돼야하므로, 아무래도 그 이전에 남북 경제협력규모에 대한 논의를 미국과 마무리짓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 또한 14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미북정상회담은)비핵화 문제와 체제보장, 이 문제에 대한 맞교환의 성격이 강하지 않았느냐"며 "체제보장이 단순한 안전도 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정상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