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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과 정열의 상징 같은 붉은 원피스를 입고 장미를 건네는 카르멘은 잊어라.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무용단은 창작무용극 '카르멘'을 5월 9일부터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서울시무용단의 '카르멘'은 한국무용을 바탕으로 발레와 모던댄스가 결합한 춤극으로 재구성했다. 프랑스 소설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작품을 기초로 한 조르주 비제의 동명 오페라가 원작이다. 1875년 초연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진 오페라 중 하나다.총 3막으로 구성된 '카르멘'은 오페라의 음악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러시아 작곡가 로디온 셰드린이 편곡한 '하바네라', '집시의 노래', '투우사의 노래' 등 25개의 곡을 엮어 각 곡마다 새로운 주제의 춤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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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자유분방하고 치명적인 매력의 집시여인 카르멘을 주인공으로 사랑과 배반, 복수와 죽음를 다룬다. 서울시무용단은 오페라와 다르게 호세의 심리를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가며, 카르멘이 호세에게 죽임을 당하는 결말을 바꿨다.또 카르멘과 호세, 호세의 약혼녀인 미카엘라 세 주인공의 삼각관계를 부각시켰다. 카르멘에 대비되는 순진한 미카엘라를 적극적인 여성으로 그려냄으로써 여주인공을 창녀와 성녀로 나눴던 기존의 이분법적인 설정을 깨뜨렸다.9일 오후 3시 열린 전막 시연에서 '카르멘'은 한국적인 색채의 옷을 갈아 입고 원작보다 밝고 가벼우며, 등장인물들은 다소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웠다. 원작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사라지고, 드라마와 춤사위 등 모두 어정쩡한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카르멘'은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 천박하면서 백치미가 느껴져 어딘지 생경하다. 사랑을 위해 맹목적인 군인 돈 호세와 순애보적인 인물 미카엘라는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과한 감정표현으로 오히려 캐릭터의 생기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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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야 어쨌든 진부한 서사임에도 즐길 수 있는 건 관객의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격정적인 군무와 화려한 색감의 다채로운 의상, 스케일의 미학이 주는 무대가 무용극 '카르멘'의 단점들을 가려준다.'카르멘' 역은 서울시무용단의 신예 오정윤·김지은이 캐스팅됐다. '호세' 역에 서울시무용단을 대표하는 최태헌, '에스카미오'는 발레리노 정운식이 분한다. '미카엘라' 역은 이진영·윤서희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안무와 연출은 한국 창작 모던 발레의 선구자로 불리는 제임스 전이 맡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때 김정숙 여사가 입은 투피스를 디자인한 양해일이 조선 시대 민화를 모티브로 한 의상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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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종문화회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