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실 적시 아닌 의견의 표시”...고 전 이사장 공판서도 같은 법리 적용될 듯
  • ▲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뉴데일리DB
    ▲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뉴데일리DB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휴대폰 문자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올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비슷한 발언을 해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영주(68)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선고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5일, 지난해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6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정치적 인물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며, “유권자의 선택을 오도하는 허위사실 유포는 막아야겠지만 (공직선거법의) 적용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침해될 수 있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의견의 표시’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그 근거를 이렇게 설명했다.

    “공산주의자로서의 객관적·구체적 징표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그 평가는 필연적으로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피고인 주장은 ‘문재인이 북한 체제나 공산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이란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정치성향을 나타낸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법원이 ‘문재인 공산주의자’ 표현에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신연희 강남구청장도 1심에서 이 부분 무죄선고를 받았다. 법원은 “해당 표현은 허위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신 구청장의 주관적인 평가”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지난 2월, 유사한 발언으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희망포럼 임채홍 회장에 대해서도 공직선거법 부분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이 ‘문재인 공산주의자’ 표현에 대해 일관되게 무죄 선고를 내리면서, 고영주 전 이사장 공판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비록 하급심이기는 하지만 법원이 [‘문재인 공산주의자’ 발언은 사실의 적시가 아닌 주관적 의사의 표시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단을 거듭 내리고 있는 사실에 비춰볼 때, 명예훼손 여부를 다투는 고영주 이사장 재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의 적시’가 아닌 ‘주관적 의견의 표시’만으로는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법과 판례의 기본 태도다.

    앞서 고영주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초 열린 한 행사에 참석, “문재인 대표는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 고 전 이사장을 불구속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