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1년…경찰 권한 강화, 검찰 권한 축소수사·기소 분리, 경찰 수사 독점·정부 통제 우려보완수사권, 검 "사건지연 방지"·경 "개혁 위배"전건 송치 필요…경찰·중수청·공수처 책임 공백
  • ▲ 검찰. ⓒ뉴데일리DB
    ▲ 검찰. ⓒ뉴데일리DB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년, 경찰과 검찰의 권한 구도가 크게 바뀌었다. 

    계엄과 정권교체를 거치며 경찰의 수사권은 강화된 반면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은 사실상 중단되며 권한이 축소됐다. 70년 넘게 유지된 검찰청 중심의 수사는 사라지고 중대범죄수사청·경찰청 국가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를 분담하는 새로운 구조가 도입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폐지하더라도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은 반드시 남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완수사 요구권이 새로운 수사 체계에서 정치적 개입을 차단하면서도 수사권을 독점할 경찰의 권한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 ▲ 경찰. ⓒ뉴데일리DB
    ▲ 경찰. ⓒ뉴데일리DB
    ◆경찰 수사권 독점 논란…정부 영향력 개입 우려까지

    지난 9월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내년 10월 2일 이후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으로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의 중수청으로 이관된다. ▲경찰은 일반 범죄 ▲중수청은 내란·부패·경제·공직자·선거·마약 등 중대범죄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범죄를 전담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수사권이 경찰과 중수청 등 행정안전부 산하로 집중되면서 경찰이 사실상 수사권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불송치 처리한 사건은 54만9426건으로, 4년 만에 41.2% 증가했다.

    과거에는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지만,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수사 종결권이 부여되면서 전건 송치 제도는 사라졌다. 현재는 피해자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때만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것만으로는 기존 '검찰 특수부'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특수수사를 전담할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 독립기구로 설치될 예정이어서, 기존 검찰의 수사 권한이 행정부의 직접 통제 아래 놓이게 된다. 이에 정부‧여당이 경찰 권력을 통해 수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치적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소청 검사가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으로 견제한다고 해도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 통제 공백은 존재한다.
  • ▲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되자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2025.09.25. ⓒ뉴데일리DB
    ▲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되자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2025.09.25. ⓒ뉴데일리DB
    ◆檢 보완수사권 존폐 놓고 검·경 공방 중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폐 여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검찰 측은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한다.

    검사 출신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면 통제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행정 경찰이 수사 경찰의 인사권까지 쥐고 있어, 인사를 통해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며 "검찰의 일부 특수수사를 문제 삼아 검찰 전체 권한을 없애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 김종민 법무법인 MK파트너스 변호사는 지난달 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토론회에서 "검찰청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검찰의 보완수사권과 경찰 수사 사건의 전건 송치 여부가 후속 작업의 핵심"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지연이 제일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도 "현재 추진 중인 개혁이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라는 정치 논리에 매몰돼, 일반 형사 사건의 보완수사권까지 박탈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송치된 구속 사건 ▲공소시효 임박 사건 ▲가정폭력·아동학대 사건 등 다양한 사례에서 보완수사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9월 회원 2383명에게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변호사 88.1%가 검사에게 보완수사 또는 보완수사 요구권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경찰 측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장주영 늘푸른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삼권 분립처럼 수사·기소·재판을 서로 전담시켜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형사사법권 분할과 직권남용 방지 ▲업무 권한과 책임 범위 명확화 ▲검사의 선택적 보완수사로 인한 위험 등을 근거로 들었다.

    송지헌 서울경찰청 수사심의계장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 이념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검사는 본연의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으로 통제하고, 다원화된 수사기관은 경쟁하며 전문화해야 한다"고 했다.
  • ▲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5.09.25. ⓒ뉴데일리DB
    ▲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5.09.25. ⓒ뉴데일리DB
    ◆"보완수사권 필요…경찰·중수청·공수처 3기관 경쟁 막아야"

    경찰 권한의 오남용과 독점을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전건 송치 제도의 부활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 법안이 현실화하면 경찰·중수청·공수처로 수사권이 분리되지만, 수사기관 간 역할 충돌과 책임 공백 우려는 여전하다.

    세 기관 간 역할 분리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 과정에서 세 기관이 각각 수사권을 주장하며 충돌했고, 결국 법원이 구속을 취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검찰청 정책 자문위원회는 검찰의 보완수사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수사권 남용을 막을 통제 장치 마련을 주문했다. 

    자문위원회 전문가들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3회 회의에서 전건송치 제도와 검사 보완수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1차 수사기관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수사 지연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내·외부의 엄격한 통제 장치를 마련해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며 "학계·법조계·시민사회 의견을 경청해 개선안을 마련하고, 국민 권익 보호 관점에서 형사사법 시스템이 설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