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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영주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

2009년 대법원, '부림사건' 국가보안법 유죄 판결"文 집권 후 명예훼손 기소 부당하다"

입력 2018-07-28 15:25 | 수정 2018-07-29 11:57
"검찰이 대통령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있나요? 이건 기소가 될 수도 없는 사건입니다. 제가 검사 출신이고 전문가인데, 죄가 될 소리를 했겠습니까? 대통령이 고소인이니까 억지로 기소한 겁니다."

고영주(69·사진)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지난 27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입장과 처지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제가 대통령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징역형을 구형한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부장판사 김경진)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 시절 자신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고 ▲부림사건 원사건의 변호를 맡아 피고인들과 동지적 관계로 지냈으며 ▲북한의 주의·주장을 추종하는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는 '허위 사실'을 퍼뜨린 점이 인정된다"며 "여전히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는 피고인에게 징역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고 전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이 저를 고소한 시점이 2015년 9월경인데, 1년 8개월 가까이 아무런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가 대선 직후인 지난해 5월 서면 진술을 시작으로 수사가 재개됐고 이렇게 결심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은 3가지 공소 사실을 보면 개인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첫째, 참여정부 시절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저를 대검찰청 공안부장으로 승진시키려 했으나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의 반대로 관철되지 못했던 건 사실입니다. 이미 이 이야기를 뉴데일리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법정에서 이 사실을 부인한 강 전 장관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자'는 제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부림사건 '재심사건'의 변호인이었습니다. 따라서 관련자들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았었다는 발언이 과연 사회적 가치를 저하시키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 의문입니다.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말했던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고, 어디까지나 저의 주관적 견해일 뿐 사실을 적시한 게 아닙니다. 검찰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동안 수사도 안하고 붙들고만 있었던 거죠. 대통령이 고소한 사건이기 때문에 하는 수없이 이런 구실을 붙였다고 생각해요."

"20개월간 방치하다 文 당선되자 수사 시작"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지난 2015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법률대리인(법률지원단 부단장)으로 활동할 당시, 고 전 이사장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동시에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해 관심을 모았다.

당시 박 구청장은 "고영주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 4일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밝혔다"며 나아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람들은 전부 공산주의 활동을 했다'는 발언까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고영주 이사장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허위사실을 공표해 문재인 대표 자신은 물론, 민주진영 전체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는 게 당시 문 대표가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 이유였다.

고 전 이사장은 "박 구청장이 지적한 발언은 제가 신년하례회에서 청중 400여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정권 출범의 의의를 설명하다 나온 말이었다"며 "2013년 연초에 했던 발언을 두고 2년 뒤 민형사상 소송을 건 것도 이상하지만, 2014년 9월 부림사건 재심 상고심에서 국가보안법을 포함,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가 확정됐다고 해서 당시 제 발언이 문제가 있다고 죄를 묻겠다는 것은 더더욱 이상한 논리"라고 말했다.

"그때 저는 없는 얘기를 지어낸 게 아니라 1982년도에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로 있을 때 실제로 겪었던 경험담을 얘기한 겁니다. 당시 한 피의자는 저에게 '지금은 우리가 검사님에게서 조사를 받고 있지만, 곧 공산주의 사회가 될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검사님을 심판하게 될 겁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부림사건'이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이었다는 것을 저에게 일깨워준 것이죠."

고 전 이사장은 "부림사건 피의자 신문 당시 공산주의 사회의 도래를 확신하는 한 청년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부림사건이 공산주의 운동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 경험을 토대로 대한민국의 적화(赤化)가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회과학 독서모임, 알고보니 공산주의 서적 탐독"

'부림사건(釜林事件)'은 1981년 9월 부산지검 공안부의 지휘 하에 부산 지역에서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교사·회사원 등이 일괄 체포돼 반국가단체의 이적 표현물을 학습하고 찬양·고무했다는 혐의를 받게 된 사건을 일컫는다.

'두산백과(doopedia)'에 따르면 그해 9월 7일 이OO(부산대 졸업, 선반공)·고OO(교사)·송OO(회사원)·설OO(농협 직원)·송OO(부산대 졸업, 공원)·노OO(부산대 4년)·김OO(교사)·이OO(부산대 1년) 등 8명이 1차로 구속됐고, 10월 5일 김OO(상업)·최OO(설비사무사)·주OO(부산대 졸)·이OO(부산대 4년)·장OO(부산대 졸업)·전OO(공원)·박OO(부산공전 졸업)·윤OO(교사) 등 8명이 2차로 구속됐다.

또 이듬해 4월 도피중이던 이OO(부산대 졸)·설OO(교사)·정OO(부산대 졸업)등 3명이 3차로 구속됐고, 대학 시위중에 구속된 김OO·최OO·유OO(이상 부산대 4년)과 탈영병 김O까지 연루돼 모두 22명이 구속된 대규모 공안사건이 바로 부림사건이다.

검사 측은 이들에게 국가보안법·계엄법·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3~10년을 구형했고, 재판정은 5~7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사건 피해자들은 1999년 사법부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후 피해자들은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다시 재항고해 2009년 대법원에서 계엄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를 선고 받았고, 2014년 9월 25일 대법원 재심 상고심에서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3년 12월 18일 개봉된 영화 '변호인'은 바로 이 부림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노무현 변호사(송강호 분)가 부림사건을 접한 이후 비로서 '인권 변호사'로 거듭나게 됐다는 이야기를 담아내 당시 천만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었다.

이 영화는 당시 부산 지검 공안부가 평범한 시민들을 영장 없이 체포하고, 짧게는 20일, 길게는 63일 동안 불법으로 감금하며 '물 고문'과 '통닭구이 고문' 등 살인적인 고문을 가한 것으로 묘사했다.

결국 심한 고문에 못이겨 피의자들이 "이적 표현물을 학습하고 반국가단체를 찬양했다"는 '거짓 자백'을 했다는 게 영화 '변호인'이 주장한 '부림사건'의 핵심 요지였다.
"영화·정치권, '부림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포장"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고 전 이사장은 "이 사건이 '민주화 운동'으로 포장되고 있는 현실이야말로 '조작된 역사'"라면서 "12.12 사태와 5.16 군사혁명, 5.18 사태를 연달아 겪은 젊은층에서 군사정부에 대해 극도로 '염증'을 느끼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이러한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자연스레 '공산주의 사상'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대학생 사이에선, 이런게 '자유민주주의'라면, '자유민주주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선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좌절감이 일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 체제에선 공산혁명으로만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품게 된 거죠. 아주 자연스럽게 '공산주의'에 빠져든 겁니다. 그 당시 운동권 대학생들은 군사정부만 교체할 수 있다면 '악마'하고도 손을 잡겠다는 심정이었을 겁니다."

고 전 이사장은 "영화 '변호인'에선 부림사건이 고문수사를 동반한 '용공(容共)조작사건'으로 묘사됐지만, (경찰 조사 단계는 잘 모르겠지만)당시 공안 검사가 피의자들에게 손을 대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며 "일단 '정치사범'이 오면 '칙사대접'을 하는 게 당시 분위기였다"고 반박했다.

"나중에 '수사과정에서 경찰에게 고문을 당했다', '허위자백을 유도했다', '용공조작이다'란 말들이 나왔어요. 그런데 제가 만난 피의자들은요. 수사 중엔 누구에게 고문을 당했다는 얘기를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어요. 고문 얘기는 전부 재판 중에 거론한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모진 고문을 당했던 사람이 면전에서 검사를 협박하는 게 쉬운 일일까요?"

고 전 이사장은 "물론 고문을 당했다는 피의자 측의 주장을 모두 거짓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며 "당시 시시한 '잡범'들도 일단 경찰서에 가면 그냥 오는 법이 없었던 시대적 상황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사범 오면 칙사 대접…고문한 적 없어"


고 전 이사장은 "이처럼 당시 수사를 맡았던 공안검사로서 부림사건의 실체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1982년 대법원 확정 판결에 이어 2009년 대법원 재심에서도 사건의 핵심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부림사건이 공산주의 운동이었다는 사실을 추오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부림사건은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된 사건으로, 최근 영화 변호인으로 제작돼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제가 제대로 확인해보지도 않고 허위사실을 적시해 대통령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정치적 이유로 타인을 빨갱이로 내몬 적이 없습니다. 제가 인지하고 경험했던 걸 말씀드린 겁니다. 2014년 재심 판결을 잣대 삼아 2013년에 했던 말을 비판하는 것은 억지라고 생각합니다."

고 전 이사장은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이 부림사건의 원 사건에 변호인으로 참여한 사실이 없음에도 제가 문 대통령이 사건 변호를 맡았었다는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고 지적했으나, 2013년 당시엔 문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무료 변론을 맡았었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여겨졌었던 때"라면서 "포털사이트 등 부림사건을 소개한 많은 글에서 문 대통령이 변호인단에 포함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3년 당시 두산백과 사전에는 "변론은 부산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노무현·김광일·문재인 등이 무료로 맡았다"고 기재돼 있었으나, 훗날 문재인 대통령이 원 사건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재확인되면서 지금은 "노무현·김광일이 무료 변론을 맡았다"는 내용으로 수정됐다.

"문재인 변호사가 부림사건 변호를 맡았었다는 얘기는 '저쪽 동네'에서 먼저 불거진 얘기입니다. 그래서 청와대 인맥이 전부 '부림사건 인맥'이라는 말까지 나온 거고요. 저도 그런 얘기들이 하도 많이 나오길래 그런 줄 알았죠. 포털사이트 등 각종 소개글에도 그렇게 기록돼 있었고요. 하지만 친노세력 중 그 누구도 이같은 사실 관계를 부인하거나 정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모른 척하고 자신들이 신성시하는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미화하는데 동조했던 거죠. 그러다가 제가 부림사건은 민주화나 인권 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이었다고 치고 나가자 그제서야 문 대통령은 1심 당시 변호인이 아니었다는 해명이 나왔습니다."

"文, 부림사건 1심과 무관‥뉴데일리 인터뷰서 밝혀"

고 전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2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문재인 변호사가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 무료 변론을 했다는 얘기도 거짓이지만 김광일 변호사 역시 아내 분의 반대로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전히 부림사건에 대한 사실 관계가 잘못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저는 그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에 참여했었는지도 몰랐어요. 이 사건은 워낙 규모가 컸기 때문에 부산지역 대 선배들이 관여했습니다. 이흥록씨가 당시 대표 변호사였을 거예요. 저희들은 어차피 법정에서 이들의 유죄를 입증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변호사가 누구인지 관심이 없었어요. 그 뒤로 '노무현과 문재인의 운명적인 첫만남'이라면서 두 사람이 부림사건 변호를 맡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됐어요."

고 전 이사장은 "팩트가 틀린 얘기였지만,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자신은 이 사건 변호를 맡은 적이 없다'고 밝히기 전까지는 모두가 기정사실로 간주하는 분위기였다"며 "부풀려진 허구의 이야기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 수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미화하는 미담으로 활용돼 왔다"고 주장했다.

"2013년 신년하례회 당시엔 저도 문재인 후보가 부림사건 변호사였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시중에 떠돌던 얘기를 정설로 받아들였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겁니다. 하지만 그해 말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의원은 부림사건 원사건 변호를 맡은 적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 인터뷰를 보고 문재인 의원이 부림사건 1심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을 겁니다. 이처럼 저는 오히려 사실 관계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을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제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니요? 상대 진영에서 묵인하면서 잘못 전파됐던 사실을 도리어 제가 바로 잡아줬는데, 적반하장격으로 저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기가 찰 노릇이죠."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의 작심고백 ②』에서 계속.

[사진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영화 '변호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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