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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녀 장녹수의 부채춤.ⓒ정동극장
'조선의 악녀', '희대의 요부'로 불리어온 장녹수가 예인(藝人)으로 다시 태어난다.정동극장(극장장 손상원)은 2018년도 제작공연 '궁:장녹수전'을 4월 5일부터 12월 29일까지 오후 4시 상설공연으로 올린다.이번 작품은 창작 초연으로 전 서울예술단 예술감독 정혜진 안무가와 뮤지컬 '레드북'의 오경택 연출이 손을 잡았다. 여기에 미술감독 박동우, 영상디자인 정재진, 조명디자인 신호, 의상 디자인 이호준, 소품 디자인 김상희, 분장다지안 김종한 등이 참여했다.손상원 극장장은 "오후 4시 상설공연으로 올려지는 만큼, 국내외 시장 동시 공략이 중요해졌다. 국내인들에겐 장녹수의 기예에 대한 궁금증을, 해외 관객들에겐 한국 역사 실존인물을 통해 우리 스토리텔링과 우리 전통문화의 품격을 전하겠다"고 말했다.현재 정동극장은 기획공연으로 판소리극 '적벽'을 오후 8시에 올리고 있다. 하루에 같은 장소에서 2개의 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에 손 극장장은 "정동극장의 역할은 전통문화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있다. 이번에는 대중화에 중점을 두고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렵게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
- ▲ 입궐한 장녹수_가인전목단춤.ⓒ정동극장
그 동안 장녹수와 연산의 관계를 중심으로 장녹수가 '요부'로 그려져왔다면, '궁:장녹수전'은 장녹수가 조선 최고의 예인(藝人)이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둔다. 이에 또 다른 인물로 '제안대군'을 등장시켰다.장녹수는 예종의 둘째 아들이자 왕위에 즉위하지 못한 왕자 제안대군의 가노비였다. 그녀는 출중한 기예로 저택을 찾은 연산의 눈에 들어 궁에 입궐하게 됐다. 극중 '제안대군'은 장녹수를 최고의 기녀로 키워내는 조력자로 등장한다.조선의 왕 중 가장 풍류를 사랑했다고 전해지는 왕 연산과 장녹수의 만남은 반란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결말로 끝이 났다. 공연은 '한 바탕 잘 놀았노라' 연산과 장녹수의 허무한 비명을 마지막 선유락 놀이 장면 속에 아름답고 비극적인 풍류로 녹여낸다.오경택 연출은 "대사 없이 춤과 드라마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인가를 고민했다. 춤이 중요하고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하고 있는 만큼 드라마와 춤이 연결고리를 찾는 것. 춤이 드라마가 되고, 드라마가 춤에 녹여질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
- ▲ 장녹수와 대신들의 대립 장면.ⓒ정동극장
'궁:장녹수전'은 한국의 전통놀이, 기방문화, 궁 문화를 '장녹수'라는 캐릭터를 통해 한자리에 모은다. 백성들이 연산과 장녹수를 풍자하며 노는 '정업이 놀이'는 경기도당굿의 사람크기만한 허수아비 인형 '정업이'를 활용해 전통적인 놀이양식을 곁들여 창작했다.기방에 들어가 본격적인 기생 수련에 몰두하는 장녹수는 기생들과 함께 장고를 둘러메고 장단과 함께 빠른 춤사위가 어우러진 '장고춤'을 선사한다. 또 한량들이 추는 '한량춤', '교방무'등 흔히 만날 수 없었던 '기방문화'가 펼쳐진다.궁에서는 궁녀들이 꽃을 들고 화려한 '가인전목단'을 선보이며, 연산과 장녹수의 마지막 연회는 배를 타고 즐기는 연희 '선유락'으로 장식한다. 장녹수와 신하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대적하는 장면에서는 대신들이 북을, 장녹수는 삼고무 연주하듯 북채를 들고 휘둘러 긴장감을 높인다.정혜진 안무가는 "장녹수라는 인물의 또 다른 면모를 찾아내 그려내는 일이 즐거웠다"며 "역사적 맥락을 따르면서 공연 안에서 인물의 당위성을 담아내는 것에 집중했다. 결국 장녹수가 예인이라는 점, 그녀가 보여준 기예를 통해 찾아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