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보도 나올때마다 말 바뀌다 최근에는 '모르쇠'로 일관…추측성 보도 자제 요청만

  • 벌써 6번째, 부인만 계속되고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UAE 방문을 두고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청와대는 '아니다'는 말만 반복 중이다.

    스무고개하듯 '모르쇠'로 뭉개는 청와대 행태에 야당인 한국당은 '직접 UAE를 가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청와대는 '외교적 결례'를 명분으로 요리조리 피하고 있지만, 정작 더 큰 외교 결례가 벌어질 지경이다.

    문제의 발단은 석연치않은 청와대의 발표 방식에서 비롯됐다. 임 실장의 UAE 방문을 알리는 과정에서 의혹을 자초했고, 의혹이 거듭 제기될 때마다 속시원한 해명보단 숨기는 표정이 역력했다. 섣부르고 안이한 대응으로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임종석 실장은 지난 9일 출국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출국 다음날 이를 알렸다. 박수현 대변인은 "임종석 비서실장이 해외 파견 부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2박 4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레이트연합국(UAE) 아크부대와 레바논 동명부대를 차례로 방문 중"이라고 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사로 파견된 것은 14년만에 벌어진 이례적인 일이었고, 그 사실을 뒤늦게 알린 것도 석연치 않았다.

    박 대변인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이번 특사 방문은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하여 중동지역에서 평화유지 활동 및 재외국민 보호 활동을 진행 중인 현장을 점검하고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이외에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외교 일정도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대북 접촉설은 지난 10일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행과 관련해 처음 제기된 의혹이다. 먼저 양국 모두에 북한 대사관이 있고, UAE가 2015년까지도 북한제 무기를 1억달러 가량 수입한 점이 의혹의 근거가 됐다. 또 UAE는 북한에서 파견된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나라다. 주사파 출신인 임 실장의 상징성도 의혹에 한 몫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임 실장이 북측 인사들을 만나려면 이렇게 광고를 하고 갔겠으며, UAE나 레바논을 택했겠느냐"고 반박했다.

    # 다음으로 불거진 의혹이 UAE와 원전 문제를 두고 벌어진 마찰을 임종석 비서실장이 무마하기 위해 중동으로 떠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의혹으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원전의 건설 수주와 운영권을 맡긴 UAE가 불만을 표시했고, 항의 방문하려 하자 임종석 실장이 급파됐다는 내용이다. 

    지난 10일 임 비서실장과 쉐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의 접견 현장에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청와대가 10일 기자들에게 제공한 사진에는 칼둔 의장의 모습이 없었다.

    청와대는 "칼둔 이사장은 원자력 이사회 의장 자격이 아닌 아부다비 행정처장 자격으로 배석한 것"이라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난 19일에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출장에 서동구 국정원 1차장이 대동한 사실이 다시 알려졌다. 서동구 차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전력의 해외자원개발자문역으로 활동한 인사로 알려져, 또다시 의혹이 불거졌다.

    청와대는 재차 "1차장은 해외업무파트 담당자이고 주요 인사 순방때 동행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 청와대는 해명에도 세간의 의구심이 거둬지지 않자 지난 20일에 다시 기자 간담회를 자청했고, 이번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인해 UAE와 소원해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임 실장이 특사로 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청와대 관계자는 "MB정부 때 UAE에 (원전을) 수출한 다음에는 관계가 좋았는데 박근혜 정부로 들어와 소원해졌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한국과 UAE간 큰틀에서 파트너십 강화 목적"이라고 다시 해명했다.

    다만 소원해진 이유나 파트너십 강화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기자들의 수차례의 질문에도 함구했다. '큰틀에서의 파트너십'만을 강조했다. 때문에 이 내용은 청와대의 해명이자 새로운 의혹이 됐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UAE가 날짜를 정해 이에 맞추느라 급하게 임종석 실장이 움직이게 됐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방문에 대해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언론에서는 이와 관련 다각도로 취재해 그 내용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이때부터 여러 보도에 대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 네번째로는 25일 모 언론에서 제기한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종석 비서실장이 움직였다는 의혹이 한 언론의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카타르와 국교가 단절된 UAE가 카타르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원전 문제를 제기했고, 청와대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비서실장을 특사로 보냈다는 주장이다. 이에 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5일 "최근 나온 설들이 대부분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게 대부분"이라며 "그것도 근거가 없다"고 했다.

    # 청와대의 '모르쇠'가 이쯤 달하자, 기자들은 같은날 나온 한국산 요격 미사일 시험장을 UAE에 추진하는 것과 관련한 보도에도 임종석 비서실장이 UAE 방문 당시 관련한 언급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 궁금해 했다.

    한국 정부가 아랍에미리트 정부와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포함한 첨단 방산협력 강화를 추진중이라는 내용이 주요 요지다. 청와대나 임종석 실장의 이름이 언급된 것이 아닌, 정부 관계자와 아부다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였지만 의혹과 맞물려 기자들의 질문이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오전 기자들과만나 "임종석 실장은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 이같은 일련의 과정 중 당사자인 임종석 비서실장의 행보도 관련 의혹에 불을 지피는 한 가지 원인이 됐다. 야당은 임 실장을 국회 운영위원회로 불러 설명을 듣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임 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관련 의혹을 해명하는 대신 휴가를 택했다. 임 실장은 지난 18일 오전 3.5일의 휴가를 급히 썼다.

    그러고도 같은 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는 참석했다. 청와대의 설명은 "연차 소진의 일환"이었다. 임종석 실장은 UAE의 방문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휴가 복귀 이후에도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처럼 수차례 의혹이 제기되고 거듭 부인한 끝에 결국 청와대는 26일 "국익을 위해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며 6번째로 언급, 마침표를 찍으려 했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1층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종석 실장이 UAE에 간 것은 원전문제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수석은 "최근의 보도 내용을 보면 원전과 관련된 부분이 많은데 실제로 원전은 잘 되고 있다"며 "오히려 UAE 쪽에서 한국에서 왜 이런 보도가 나오는가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시다시피 영국 (원전)수주전도 있고, 사우디에서도 수주전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런 평가들이 모두 다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라 확인되기 전까지는 이와 관련한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주셨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수석은 "이번 방문의 목적이 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는데 있다는 건 분명하다"며 "양국 간 대화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내용을 숨기기 위한 차원은 아니라는 말씀을 다시 드린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심각한 외교결례는 물론, 천문학적 경제손실까지 우려되는 의혹이 점점 커져가는 이상 쉽사리 여론이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는 이날마저 부서별로 엇갈린 해명을 내놨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방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친서 전달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고 했다.

    반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친서를 전달한 것이지 이와 관련해 내용을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 (친서의) 내용 자체도 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친서 문제 또한 당시 청와대는 레바논 일정에만 "임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축전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감사표시와 친서를 전달했다"고 언급했다. UAE 방문에는 밝히지 않았던 내용이다.

    한편 청와대의 어정쩡한 반응이 계속되면서 야당은 공세의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UAE 방문 의혹을 규탄하기 위해 청와대를 항의 방문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진실을 은폐하려 하고 있는 'UAE 원전게이트'에 대해 강도 높은 국정조사를 촉구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무리한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국익을 포기해가면서 까지 전임정권에 대한 보복을 가하려다 외교적인 문제를 야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 진위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유한국당은 이후 의원 조사단을 UAE에 파견, 진상을 규명하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정부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야당 의원들이 직접 UAE를 방문해 진상 규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