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현장 담긴 '메이킹 영상' 살펴보니‥장 감독, 男배우 뒤에서 가슴 움켜잡는 시늉하며 디렉션"상대가 강간당하는 기분 들도록 하라" 과감한 연기 주문

  • 2015년 상영된 'OO은 없다'라는 영화에 출연했던 두 남녀 배우가 2년이 넘도록 지리한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1~2심 재판에서 양측은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1심에선 재판부가 남자 배우의 손을 들어줬다. 이언학 판사는 "배우 조덕제는 감독의 지시에 따라 거칠게 강간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브래지어를 찢고, 어깨와 목 등을 만지고, 가슴 부위 및 하체 일부를 스친 것으로, 이는 형법 20조 '업무로 인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한 마디로 남자 배우의 행위는 연기였을 뿐, 성추행이 아니었다는 얘기.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정반대로 해석했다. 강승준 판사는 "감독이 가슴을 움켜잡는 시늉을 하면서 마음대로 하라고 지시했지만 직접적으로 가슴을 만지고 바지 속에 손을 넣으라고 하지 않았고, 해당 신은 얼굴 위주라고 말하고 있어 연기지시에 충실히 따른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조덕제는 2심에서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되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 받았다.

    검찰의 상고로 마침내 3심까지 받게 된 두 사람. 대법원에선 과연 어떤 판결이 내려질까? 여배우 A씨는 지난 24일 취재진에게 공개한 '손편지'를 통해 "1심에서 패소한 뒤 공론화를 시도하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사건 당시 촬영된 메이킹 영상에 대해 알게 됐고, 피고인(조덕제) 측에서 저를 허위 과장의 진술 습벽이 있는 여성으로 몰아갔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은 "가해자가 측에서 법원에 제출한 메이킹영상 모음과 실제 촬영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접촉이 없었다면 물리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피해자의 움직임과, 노출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팔을 내려 하반신을 방어하는 것으로 보아 어쩔 수 없이 스치기만 했다는 가해자 측 주장을 신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백재호 위원의 주장에 따르면 애당초 메이킹필름을 법원에 제출한 건 가해자로 몰린 조덕제 측이었다. 조덕제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상황이 담겨 있는 이 필름을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백 위원은 이 영상은 무죄의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가해자 측 주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영상이라고 해석했다.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는 이 필름엔 대체 어떤 장면들이 담겨 있을까? 향후 대법원 판결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메이킹필름을 연예전문매체 '디스패치'가 단독으로 입수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디스패치는 메이킹필름을 프레임 별로 쪼개,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배우들에게 사전 지시를 내리는 감독의 디렉션을 끄집어냈다.

    그냥 옷을 확 찢어버리는 거야. (여자는) 몸을 감출 거 아니에요. 그 다음부턴 맘대로 하시라니까. 미친놈처럼.

    (중략) 그려면 뒤로 돌려. 막 굉장히 처절하게. 죽기보다 싫은, 강간당하는 기분이거든. 그렇게 만들어 주셔야 돼요.

    (조덕제 뒤에서 가슴을 움켜잡는 시늉)  마음대로 하시라고요. 한 따까리 해야죠. 굉장히 중요한 씬이에요.

    기승이는 완전 미친놈. 사육하는 느낌이 들어야 돼. 사육하는, 사육하는 느낌이 들어야 돼. 그래야 다음 씬(내용)이 다 연결돼요.

    이렇게 때리면 안보여. (관계를) 할 때도 머리통 잡고 막 흔들고. 몸도 옷 팍 찢고. 어쨌든 자세는 뒷자세에요. 선 대로.


    이상은 디스패치가 발췌한 장훈 감독의 디렉션이다. 장 감독은 13신 촬영에 들어가기 전, 조덕제에게 "미친놈처럼 (여자를)사육하는 느낌으로 연기할 것"을 주문했다. 여배우의 옷을 찢는 행동도 감독이 내린 지시였다. 장 감독은 조덕제 뒤에서 가슴을 움켜잡는 시늉까지 하며 "마음대로 연기하라"는 지시를 재차 내렸다. 이러한 지시를 받은 배우가 실제 촬영에서 어떠한 연기를 선보일지는 불보듯 뻔한 이치였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여배우 A씨는 경찰·검찰 조사에서 "(조덕제가)브래지어를 찢어 가슴을 만지고 팬티에 손을 넣어 음부(나중에 음모로 정정)를 만졌다"고 주장했으나, 디스패치의 의뢰를 받아 해당 영상을 분석한 윤용인 영상공학박사는 "손의 거리와 어깨의 방향을 분석할 때, 여자의 음모를 만지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장 역시 "남자의 손이 가슴이나 음부로 들어오면 놀람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A씨의 표정은 거의 변화가 없고, 얼굴도 정면을 바라보는 등, 강제추행 피해자의 모습과 다르다"면서 "앵글에서 벗어나기 위해 (카메라)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는 모습도 (남자 배우의 입장에선) 연기의 일부로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