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결집한 '무계파' 홍준표, 일약 스타로 떠올라…대적할 친박후보 마땅찮아
  • ▲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5월 9일 대선을 마친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를 예고한 가운데, 후보가 마땅치 않은 친박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조직력과 규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19대 국회를 주름잡았지만, '친박청산' 프레임에 갇히면서 계파의 세결집마저 약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12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전당대회 시기에 대해 "오래 끌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적절한 시기에 새 지도부가 끌고가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30일 인명진 비대위원장 사퇴 이후 권한대행체제로 움직이던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후보로 나서 대선에서 결집한 보수를 이끌 새로운 얼굴을 위해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이를 위해 이르면 다음주 초,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보수결집을 이룬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를 유력한 당 대표 후보로 보고 있다. 홍 후보는 예상을 깨고 선명한 보수색을 전략으로 꺼내들며 영남권을 공략, 25%의 득표를 끌어냈다. 당초 자유한국당은 '최순실 사태' 이후 이렇다할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추락했다. 대선에서 15%이상을 득표하면 성공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보수정당의 대선후보 자리였지만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나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홍 전 지사는 그간 유세때마다 무계파임을 강조했다. 심지어 유세현장에서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저같은 사람은 후보로 나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도 있다. 친박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 ▲ 자유한국당내 친박계 의원들이 한 데 뭉쳤던 '혁신과 통합 보수 연합' 모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내 친박계 의원들이 한 데 뭉쳤던 '혁신과 통합 보수 연합' 모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친박계는 그간 '친박 패권'이라는 일각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당권싸움이 있을 때마다 지지세를 결집, 책임당원 투표에서 우위를 통해 주류를 형성했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박계는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을 지원해 나경원·김세연 의원 조를 꺾었고, 앞서 열린 8·9 전당대회에서는 이정현 전 대표를 당선시켰다. 탄핵정국에서 자유한국당을 지휘했던 정진석 전 원내대표 역시 친박계의 지원을 받았다. '친박 청산' 목소리에도 불구 친박계가 주류를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홍 후보가 최고의 호평을 얻고있는 현재, 마땅히 대적할만한 친박계 후보군이 없어서다. 특히 일반적인 전당대회는 책임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반영하게 되는데, 이 경우 여론조사에서는 홍 전 지사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친박계가 만일 홍 전 지사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면, 책임당원 투표에서 이길만큼 중량감 있는 후보를 내야 홍 후보에 대적할 수 있다.

    당장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은 '일괄 복당' 사태로 이제 막 당원권 정지 징계에서 벗어난 상태여서 후보로 선뜻 나서기 어렵다. 이주영 의원의 경우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친박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거리감이 생겼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거론되지만 지난 대선 전당대회때 홍 후보와 맞붙은 적이 있어 부담스럽다. 홍문종 의원의 경우 계파색이 짙어 전당대회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대안으로 정우택 원내대표가 거론되는 듯 하지만, 친박이 정우택 원내대표를 신뢰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친박계가 정우택 원내대표를 밀었건만, 정우택 원내대표가 내세운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곧바로 '친박 청산' 문제를 들고 나와 진통을 겪은게 지난 몇달간 자유한국당의 행적"이라며 "그간 친박계가 큰 애를 먹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우택 원내대표를 지원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여러 선택지에서 친박계에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으면서 친박계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결집력을 잃고 와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더 이상 이해관계를 일치해 움직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른 야권 성향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 안팎에서 친박성향으로 분류됐던 몇몇 의원들이 최근 태도를 크게 달리 한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며 "결국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