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혼란 조속히 수습하는데 의견 일치 한 듯…예측 가능한 로드맵 연달아 제시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 최고위원이 14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습.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 최고위원이 14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습.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이 "(청와대가) 야당이 추천하는 총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14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의 한 축이 무너지고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면서 환골탈태 돼야 한다"면서 "당 지도부는 당헌·당규 개정뿐 아니라 1월 21일 새 대표와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대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친박계에서도 '야당 추천 총리'를 임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최순실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입장을 후퇴한 것으로, 그간 새누리당은 야당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기 위한 회담에 응하지 않는다고 토로해왔다.

    최근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두고 힘겨루기를 해왔다. 청와대가 김병준 총리를 임명한 것에 대해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번 개각은 위기에 처한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한 반면, 야당은 "국회와 협의가 없었다"며 인준에 거부할 의사를 보였다.

    청와대는 거국중립내각을 국회에서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2선 후퇴 등을 요구하면서 정국은 계속 꼬여갔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군 통수권, 계엄권을 포함한 대통령의 권한 전체를 총리에게 넘기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고, 새누리당은 이에 "문 전 대표의 주장은 초헌법적 주장"이라고 반발하면서 야당에 각을 세웠다.

    거국중립내각을 둘러싼 강 대 강 대치 속에 국민의 시선은 새누리당에 갈수록 차가워졌다. 지난 13일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운집하면서 정부와 여당, 그리고 청와대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늦어지는 동시에 민심 이반이 확인되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출구를 모색하기 위해 로드맵을 내놨다. ▲조기 전당대회 실시 ▲거국중립내각 구성 시 이정현 대표 즉각 사퇴 ▲당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 개정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정치권에서는 이중 이정현 대표가 거국중립내각 구성 시 사퇴한다는 부분이 논란이 됐다.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지연될수록 이정현 대표가 오래 당 대표직을 수행하는 모순적 구조가 되어서다. 더군다나 야당으로서는 새누리당이 위기를 수습하는 모습이 달가울 리 없다. 거국중립내각을 둘러싼 논란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정현 대표의 주장에 진정성이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때문에 조 최고위원이 이날 '야당 추천 총리를 받아야 한다'고 새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정국문제와 이로 인한 당 상황을 모두 조속히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새누리당 염동열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정현 대표가 '설사 내각이 안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12월 20일까지는 사퇴하겠다'했다"고 밝혔다. 이 역시 향후 일정을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들어 빠른 시일 내에 당을 안정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 14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현장. 이날 회의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사퇴 시한을 못박기도 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14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현장. 이날 회의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사퇴 시한을 못박기도 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급한 시국을 우려한 나머지 야당이 추천하는 총리를 앉히게 된다면, 되레 거국중립내각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야당 추천 인사를 박 대통령이 단순히 임명만 하는 것이라면 사실상의 '야당 내각'이라는 비판이다.

    이어 같은 자리에서 이정현 대표는 "이제는 새롭게 출발하려고 하는 로드맵을 발표한 만큼 모두가 단합해야 한다"면서 "당에 일대 혁신과 쇄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 추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우리가 어르신께 많이 들었지만 호랑이에 12번 물려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면서 "당 해체, 탈당한다, 당을 없앤다, 이런 말씀은 자제하고 신중하게 말씀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총리를 매개로 야당에 손을 내민 당 지도부가 일각에서 분당론을 거론하는 비박계에도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지난 13일,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탄핵을,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대통령의 결단을 각각 주장한 바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당시 취재진과 만나 "하야라는 말은 법적으로 용어가 없다"면서 "국가는 헌법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유승민 의원은 "대통령에 원하는 것은 본인의 권력을 다 내려놓는 것"이라면서 "재창당 문제는 지도부 문제 먼저 하고 당을 해체할지 재창당할지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최연혜 최고위원은 "아침에 민주당이 국무총리 추천을 포함한 정국 수습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고 하는 데 한시바삐 원만하게 힘을 합쳐 달라"며 "이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 지도부 간에도 즉각적인 대화에 나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제안한 여야 담판 성격의 회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청와대는 추미애 대표의 제안을 수용해 오는 15일 양자 간 영수회담을 하기로 했다.최고조에 달한 여론에 직면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한 발 물러서면서 사태가 수습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