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누구도 추미애에게 밀실거래권 주지 않아" 바보같이 당했다는 내부 지적도
  • ▲ 국민의당이 14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이 성사된 것을 놓고 '야합'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이 14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이 성사된 것을 놓고 '야합'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전격 제안으로 청와대 영수회담이 성사된 데 대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은 그동안 한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퇴진을 촉구해왔다. 대통령의 국회 국무총리 추천 제안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는 길거리 투쟁에 나서는 등 공고해 보였던 야권공조가 추미애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으로 균열이 생기는 모양새다. 

    특히 추미애 대표는 지난 7일 영수회담 개최와 김병준 총리 내정자 인준 요청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만남조차 거절한 바 있어 비판이 더욱 거세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성난 100만 촛불 시민의 요구를 잘 알고 있을 추미애 대표가 영수회담 제안을 한 것, 또 그걸 덜컥 받은 박 대통령이나 똑같다"고 맹비난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에 한 마디 상의도 통보도 없이 이뤄진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잘못된 결정"이라며 "잘못된 만남이기 때문에 취소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청와대가 아직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호도해서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해보려는 술책"이라며 "야권 균열로 대통령 임기를 살려 나갈 수 있다는 그 덫에 우리가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야 3당과 대통령이 머리를 맞대고 이 난국을 풀어가기 위해선 처음 약속대로 야3당의 철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상임 공동대표는 "지난 토요일 모인 민심이 바라는 게 그것이었는지 되묻고 싶다"면서 "(국민들이)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데 영수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천정배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3당 교섭단체 체제를 만들어 준 민의를 무시하는 오만한 행동"이라며 "이 엄중한 시기에 제1야당 대표가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고 추미애 대표를 비난했다. 

    천정배 전 대표는 이날 논평을 통해 "양대 기득권 정치세력의 야합에 의해 촛불집회에서 표출된 민심을 왜곡할 우려가 있고 야권공조에 균열을 냄으로써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정치적 부활 또는 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증대시킬 우려마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대표에게는 섣불리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에 나서기보다는 지난 주말 대규모 집회에서 재확인된 민의를 반영할 시국대책에 대해 국민의 당 등 야당과 논의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승용 의원은 "지금 야권이 한목소리를 내야하는데, 오히려 분열이 이뤄질 수 있는 계기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주승용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추미애 대표를 향해 "각 당의 입장을 정리하고 단독으로 (청와대를) 가려고 한다고 미리 얘기하는 등 사전조율을 해야 했다"라면서 "이럴수록 신중해야 하는데, 마치 다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주승용 의원은 영수회담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이 민심을 고려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뒤 총리도 내각도 정하는 형식의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대통령의 3차 담화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만약 이번 주에도 입장표명이 없으면 탄핵발의를 해야한다"고 경고했다. 

    이상돈 의원은 단독 영수회담과 관련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범죄자이기에 3당을 만나겠다는 것도 만나지 않았다"라며 "상황이 바뀐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가 없다. 일관성도 없고 종잡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단독 영수회담이 전격 성사되자 야권 내에서 비판이 거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단독 영수회담이 전격 성사되자 야권 내에서 비판이 거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유성엽 의원은 추미애 대표를 향해 "김칫국부터 마시려 해서는 안된다"고 일갈했다. 

    유성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추미애 대표와 박 대통령의 양자회동은 적대적 공존으로 나라를 말아먹으려는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단순한 퇴진만이 아니다"라며 "진정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바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질서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서도 단독 영수회담을 놓고 박 대통령과 추미애 대표가 각자의 이득을 위한 야합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이날 "하루라도 빨리 청와대를 접수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국민들은 이런 식의 민주당에 떡 줄 생각이 없다"며 "추미애 대표의 돌출적인 행동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박 대통령의 손을 잡아주는 셈이며 국민과 다른 야당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질타했다. 

    이용호 대변인은 "국민 누구도 추미애 대표에게 박 대통령과 '밀실거래권'을 주지 않았다"며 "추미애 대표가 누구의 허락도 없이 국민과 대통령 사이에 끼어들어 밀실회담을 자청하고 나선 것은 주제넘은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정치권에서는 제1야당 대표가 지난 12일 촛불집회가 끝나자마자, 대통령의 검찰 수사 예정일 직전에 단독으로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것을 놓고 강경 투쟁으로 돌아서기 위한 명분 쌓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야권도 정국을 수습해야하는 책임이 있는만큼 국민의당으로서는 영수회담을 비난만 하기에는 다소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대통령이 제안했던 영수회담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의당 내부에서 먼저 나왔던 만큼 주도권을 뺏긴 측면도 없지 않다.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추미애 대표의 영수회담이 혼란만 키운 셈이 됐다"며 "야권이 정치적 셈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먼저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원칙이라 우리 당에서 그러한 주장이 나왔는데, 바보같이 가만히 있다가 당했다. 답답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