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의 모든 것은 적법절차 속에서 규명되고 책임 물어져야"
  • ▲ 12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경찰 추산 26만명이 참가했다. ⓒ서울시 제공
    ▲ 12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경찰 추산 26만명이 참가했다. ⓒ서울시 제공

    중국 언론 관차저왕이 최순실 파동으로 대한민국이 몸살을 겪는 데 대해, "한국은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없는 나라이며 한국인의 본질에 서양식 민주주의는 개돼지에 진주 목걸이를 다는 꼴"이라 조롱했다고 한다.
    중국 지도층이 한편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수준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한편으로 내심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비서구국가로서는 독보적으로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 민주주의 국가로 진입하는 문턱에 서 있으며, 이 문턱점의 돌파는 향후 동아시아史의  마그나 카르타적 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87년 헌법 정신의 핵심은 적법절차이다.
적법절차 조항은 건국 이래 제9차 개정헌법인 87년 헌법에 최초로 도입되었으며,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과 제3항(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에서 두 번이나 명시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 적법절차 이념은 박종철 고문치사로 대표되는 반적법절차의 누적에 대한 역사적·국민적 반성의 결과이며, 향후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제도와 더불어 수많은 형사소송법규 및 행정법규의 개정을 이끌어 간 지도이념이 되었다. 

건국헌법에 규정된 자유민주주의 이념은 4·19의 모태가 되었으며, 권위주의적 산업화 시기에도 낮은 단계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성장시켜 가는 기반을 이루었고, 마침내 87년 헌법에 이르러 적법절차 민주주의로 만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87년 헌법 시행 이전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에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자로서

민주화를 주장해 온 흐름과는 별개의 흐름이 존재했으니, 내심 ‘인민혁명’ 노선을 추구하면서도 표면적으로 ‘자유민주주의적 요구’를 내세웠던 흐름이다.
겉과 속이 다른 이 흐름은 87년 헌법에 따른 전면적 민주화와 89년 이래 사회주의권의 몰락을
거치며 외형적인 성장에는 한계를 보였으나, 관념적인 차원에서는 여러 가지 변형을 거치며 오히려 확산되어 왔다. 

광장과 촛불로 선거와 법치를 대체하려 하는 이들 인민혁명 노선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인민혁명은 명확히 규정될 수 없는
‘인민의 뜻’을 내세워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파괴하기 때문이다. 

천동설을 신봉하는 오천만이 다 광장에 나와 지동설을 주장하는 한 사람의 코페르니쿠스를 규탄하며 당장 끌어내오라고 지축을 울리는 함성을 지르더라도 적법절차에 따르지 않고서는 어떠한 불이익도 가할 수 없다는 것이 위대한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이며, 최고봉의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집약체로서 적법절차를 푯대로 삼는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이다. 

오천만 개의 촛불로도 단 하나의 적법절차 헌법 조항을 이길 수 없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법 아래’ 있다는 것이 적법절차의 모태인 마그나 카르타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복수정당조차 허용된 바 없는 중국이 오늘날 대한민국이 도달한 적법절차 민주주의 수준을 이해할 리 없다.
아니 오히려 공산당 지도부는 저 위험한 적법절차 민주주의 이념이 인민들에게 오염될까 보아 좌불안석 노심초사일 것이다. 

20만이 광장에 모여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는 것도 현재 중국 지도부가 보기엔 모골이 송연한 일이겠지만, 더욱 그들을 경악케 할 일은 대한민국이 그 소용돌이의 와중에도 적법절차 헌법에 따라 모든 과정을 진행해 갈 때이다. 

우리가 사이비 인민혁명의 주술에 빠지지 않고 끝내 적법절차 헌법에 따라 이 사태를 통과해 간다면 우린 비서구국가 중 독보적으로 적법절차 민주주의의 신기원을 이룩한 국가가 될 것이며, 가히 동아시아史의 마그나 카르타적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건국,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대한민국은 선진화를 향해 몸부림치고 있다.
선진화의 핵심은 적법절차이다. 박대통령의 허물이 무엇이건 모든 것은 적법절차 속에서 규명되고 책임이 물어져야 한다.
의사표현의 자유를 넘어 광장의 압력으로 적법절차를 파괴하려는 사이비 인민혁명의 주술은 우리 사회의 발전 수준을 중국에 가까운 쪽으로 퇴행시킬 뿐이다.

도태우 / 'NPK아카데미' 대표 변호사, '자유와 통일을 한 변호사 연대' 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