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놓고 文-安 전투 본격화되면 실망한 보수층 돌아온다는 계산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그는 8일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그는 8일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꺾기 위한 해법으로 "그냥 놔두면 된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8일 오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및 서울·강원 필승대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두 분이 좀 싸우게 놔뒀다가 조금 이따 올라갈 것"이라며 "사퇴하면 맹렬하게, 초상집을 잔칫집으로 바꿔보겠다"고 언급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9대 국회 하반기만 해도 40%에 가까운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총선과 '최순실 사태', 탄핵을 거치며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비록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고 있다.

    홍 후보 역시 이같은 프레임에 갇힌 형국이다. 특히 반문정서 바람에도 불구,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을 선택하는 바람에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홍 후보는 비책이라도 있다는 듯, 8일에도 여유에 찬 발언을 하고 있다. 그의 자신감은 단순한 패기일까.

    정치권에서는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양강구도가 될 경우 호남에서 표심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호남에서 주도권을 쥐고 확실히 이길 수 있는 후보로 부상해야 '반문성향'의 중도-보수 표심도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남이 진보 세(勢)가 완연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철수 후보가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동시에 호남 표심을 얻기는 쉽지 않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보수 유권자들이 실망할 것이고, 그러면 곧 홍준표 후보에 기회가 온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재까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대결 양상은 선명성 대결이라기보다는 네거티브 공세에 초점이 모이고 있다. 홍 후보의 말대로 전개될지 미지수라는 전망도 뒤따르는 대목이다.

    실제로 국민의당의 최근 논평은 정책보다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주를 이룬다. 지난 7일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은 "문재인 후보가 문재인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 음주운전 사건을 알고 있었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문재인 후보가 더 이상 은폐에 은폐를 거듭할 경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지 않았다. 8일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공보단장은 "안철수 후보가 국민이 묻고 있는 안 후보의 포스코 이사회 의장 시절 행적과 부인 김미경 교수의 ‘1+1’ 특혜 채용에 대해선 침묵했다"고 날을 세웠다.

    다시 8일에는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이 "문재인 대세론이 깨지면서 당황한 문재인 캠프가 연일 말초적인 네거티브를 동원해 안철수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며 "뒤에 숨어 지질한 공격을 일삼지 말고 토론장에 나와 얼마든지 검증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간 선거전이 정책 검증보다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까지 불과 30여 일밖에 남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모든 정당에 효과가 확실한 네거티브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유권자로서는 '졸속대선' 보다는 '정책 대선'을 보고 싶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