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전통적 보수층 결집에 안간힘… 상주중앙시장서 서민 행보
  • ▲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인 홍준표 후보가 10일 오후 경북 상주를 찾아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같은 당 김재원 후보와 함께 상주중앙시장에서 단팥빵을 사먹고 있다. ⓒ상주(경북)=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인 홍준표 후보가 10일 오후 경북 상주를 찾아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같은 당 김재원 후보와 함께 상주중앙시장에서 단팥빵을 사먹고 있다. ⓒ상주(경북)=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드디어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게 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향해 '호남 2중대'라며 견제구를 던졌다.

    보수후보 단일화를 위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가능성은 일축했는데, 이 모든 것이 대구·경북(TK) 권역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을 재결집하기 위한 준비된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0일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둔 경북 상주를 찾아 서문사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민주당만 때리면 표심이 우리에게 올 줄 알고 실컷 때리고나니까 거꾸로 이상한 당이 떠올랐다"며 "열흘 민주당을 두들겼는데 엉뚱하게 표심이 우리에게 오는 게 아니라 호남 2중대 당에게 가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주중앙시장을 돌고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도 "문재인 후보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표가 우리에게 올 줄 알았는데, 이상한 사람에게 표가 가고 있다"며 "안보 문제에 있어서 문재인 후보가 불안하니까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그게 우리에게 와야 하는데 또다른 곳으로 가버리더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 표는 반기문 씨에게 있다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에게 갔다가 안희정이에게 갔다가 떠도는 표인데, 24~25%가 된다더라"며 "떠도는 표의 종착지가 어디일지, 안철수 후보에게 머물지 다른 후보에게 넘어갈지는 좀 있어봐야 안다"는 태도를 취했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에게 '호남 2중대'라는 딱지를 붙여, 대구·경북과 넓게 봐서는 영남의 지역정서를 자극해 표심의 물꼬를 돌리려는 전략을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 거듭 '호남 2중대' '이상한 당' '이상한 사람'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날을 세웠다.

    이날 홍준표 후보의 유세 일정에 함께 한 한국당 경북 지역 의원도 "(국민의당을) 박지원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지역구 의원이 두 명만 빼고 다 호남이라는 것을 강조하라"고 연신 강조하는 모습이 취재진의 눈에 띄기도 했다.

    보수층의 표심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또다른 주체인 바른정당을 향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설'을 거론하고 이를 스스로 일축하는 방식으로 강한 견제구를 던졌다.

    홍준표 후보는 "보도를 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라고 바른정당이 이야기를 했다더라"며 "누가 이야기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출당을 시키라는 것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당하고 감옥에 가서 정치적으로는 사체(死體)가 돼버렸다"며 "세 번째로 다시 등 뒤에 칼을 꽂으라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인 홍준표 후보는 10일 오후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있는 경북 상주를 찾았다. ⓒ상주(경북)=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인 홍준표 후보는 10일 오후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있는 경북 상주를 찾았다. ⓒ상주(경북)=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형식상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요구에 대해 부인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이러한 요구를 누가 했는지는 기실 불분명하다. 일부 매체의 보도가 있긴 했지만, 바른정당이 이를 공식 요구한 바는 없고, 홍준표 후보도 "보도를 보니" "누가 이야기했는지는 모르겠는데"라는 방식으로 말을 풀어나갔다.

    결국 이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과 구속에 이어 출당 위기에까지 몰렸다는 위기감을 TK 권역에 불러일으키기 위한 준비된 메시지로 해석하는 견해가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한편 홍준표 후보는 이날 4·12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같은 당 김재원 후보와 함께 상주중앙시장을 꼼꼼히 돌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 TK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장을 보러나온 시민들을 향해 "할매"라고 친근하게 부르며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상점 문턱까지 가도 안쪽에 있는 상인들이 나오지 않자 "아지매들 왜 이래 숨어가 있노"라며 상점 안까지 들어가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상주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홍준표 후보가 두 명의 시민 중 한 명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자, 다른 한 명의 시민이 "내는 눈에 안 들어오나"라며 손을 덥썩 잡아 눈길을 끌었다. 휠체어를 타고 나온 노인은 홍준표 후보에게 "꼭 청와대로 보내드리겠다. 대통령되시라"는 덕담을 건넸다.

    싱싱청과 앞에 있던 시민들은 오전 9시부터 홍준표 후보 방문을 기다렸다며 "파이팅하이소, 믿고 있다"고 격려했다. 홍준표 후보의 손을 붙들고 연신 "좋다, 좋다"는 말만 반복하는 시민도 있었다.

    '포그니이불'에서는 한 상인이 앞으로 대선 가도가 술술 풀리라는 뜻에서 홍준표 후보와 김재원 후보에게 차례로 실뭉텅이를 목에 걸어줬다. 그러면서 "당선되셔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도 '서민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후보답게 시장에서 서민적인 면모를 보였다. 찐빵·만두가게 앞에서 "손에 밀가루가 묻어서…"라며 악수를 꺼리던 시장상인의 손을 먼저 꼭 잡은 뒤, 건네주는 단팥빵을 받아서 덥썩덥썩 베어물었다.

    홍준표 후보는 옆에 있던 김재원 후보의 어깨도 툭툭 치면서 "무라(먹어라)"라고 권유했다. 또, 단팥빵을 하나 더 받더니 뒤에 서 있던 같은 당 김정재 의원에게도 권했다. 단팥빵을 다 먹어치운 홍준표 후보는 물까지 한 잔 받아 마신 뒤, 다시 시장을 도는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