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운 문재인-안희정, '연정' 놓고 또 티격태격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연정' 화두를 놓고 또 충돌했다.

문 전 대표는 2일 안 지사가 자유한국당도 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적폐세력과 손을 잡는다면 어떻게 적폐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구로구 G밸리컨벤션센터에서 ICT(정보통신기술) 현장 리더들과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의 연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탄핵과 특검 연장을 반대하는 세력과 이 단계에서 손잡겠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통합과 분열 극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것은 탄핵이 끝나고 적폐를 제대로 청산한 토대 위에서 노력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탄핵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대연정 어젠다를 두고 격돌하며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당시 안 지사는 "국가 운영에 있어 노무현 정부 때 못다 이룬 대연정이라는 헌법 가치를 실천할 것"이라며 대연정 카드를 꺼내들었고, 문 전 대표는 반대 의사를 밝혔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를 두고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에게 각을 세우며 지지율 상승을 이끌고 있고, 문 전 대표는 이런 안 지사를 강하게 견제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안 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 즉시 당에 연정 추진을 위한 정당 협의 추진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할 것"이라며 자유한국당과도 개혁 과제 동의를 전제로 협치 틀에 포함시켜 내각을 공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친노(親盧) 핵심 인사였던 안 지사와 친문(親文) 좌장인 문 전 대표가 또다시 연정 화두를 놓고 '주거니 받거니' 티격태격하며 대권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가 차기 대통령 임기 3년 단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개헌 얘기는 탄핵이 끝나고 난 이후에 했으면 좋겠다"며 '탄핵 우선'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그는 탄핵 인용 이후 국민 통합 복안에 대해서는 "탄핵 결정이 내려지면 그때부터는 우리 국민의 상처와 분열을 치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문 전 대표가 최근 탄핵 심판 전부터 "촛불 혁명"을 외치며 국민 갈등을 오히려 조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문 전 대표의 '분열 치유' 발언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문 전 대표는 앞서 열린 정보통신기술 간담회에서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ActiveX)를 없애고, 금지된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액티브X’는 국내에서 많이 쓰이는 인터넷 브라우저 '익스플로러'에서만 구동되고 외국인이 발급받기에는 절차가 복잡해 수출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목돼 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예로 들며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철폐를 주장한 바 있다.

문 전 대표는 "우리나라의 인터넷·컴퓨터 보안 환경을 대폭 개선하고, 국내 ICT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겠다"며 "ICT분야에서 정부 주도보다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모델이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구로디지털단지가 지역구인 '비문(非文)계 박영선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4년 당 원내대표 시절 친문(親文) 세력으로부터 거센 압력을 받았던 박 의원은 이날 지역을 소개하는 간단한 인사말을 한 뒤 다음 일정을 이유로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한편 문 전 대표 측은 이날 북한이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 "이번 훈련에 전략자산이 확대 투입되는 것은 전적으로 북한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캠프의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일삼은 데서 초래된 일"이라며 "북한의 도발적 행위는 국제적 고립만 자초할 뿐"이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