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정책공방 난무, 安 "기존 토론 벗어나려 했다" 수습
  • ▲ (왼쪽부터)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안희정, 문재인, 최성, 이재명 후보. ⓒ뉴시스
    ▲ (왼쪽부터)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안희정, 문재인, 최성, 이재명 후보. ⓒ뉴시스

     

    민주당 경선 첫 토론회가 3일 열린 가운데, 4명의 후보들 입에선 '촛불민심'이란 단어가 빗발쳤다. 그동안 '소신' 및 '협치'를 강조했던 후보들이 정작 경선에 돌입하자 '집토끼잡기'에만 열을 올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과 안희정, 이재명, 최성(가나다 순) 등 4명의 후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열린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다.

    4명의 후보 간 날선 신경전은 감지되지 않았다. 다만 공통적으로 촛불민심을 향한 발언 쏟아내기에 주력했다. 토론회의 첫 순서인 모두발언에서부터 이같은 기류는 포착됐다.

    처음 모두발언을 시작한 이재명 후보는 "이 한겨울 촛불을 들고 치열하게 싸운 국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나라, 공정한 나라를 위해 열심히 싸웠다"고 밝혔고,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탄핵이 끝나지 않았고, 특검연장도 안됐다.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시기다. 이런 때 경선 토론회를 시작해 죄송하다"고 했다.

    최성 후보 역시 "촛불민심을 받들어 김대중-노무현 정신 이루고자 출사표를 던졌다"고 밝혔고, 안희정 후보도 "저희들의 토론이 조마조마한 마음의 국민께 누가 될까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4명의 후보들이 언급한 '촛불민심'은 정치적으로 '왼쪽'에 가까운 세력이다. 진보세력이 주를 이루는 민주당의 전반적인 구성원을 감안할 때, 촛불민심은 '집토끼'인 셈이다. 후보들 모두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선 집토끼의 지원사격이 절실하다. 경선에서의 주된 투표층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후보들에게선 좌우를 포용하려는 '협치'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는 평가다. '대연정(여야 연합정부)'과 '선별복지' 등 우클릭으로 매직넘버(지지율 20%)를 달성했던 안 후보조차 촛불 구애 발언에 전념했다. 안 후보는 "적폐청산의 길에 저 안희정도 있다는 말씀을 우선 드린다. 제가 말한 연정을 의회민주주의 정신으로 생각해달라"고 촛불민심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

    안 후보가 이같이 밝힌 데는 이 후보의 "시대적 과제는 적폐청산이 아닌가. 지금 청산의 대상과 손을 잡고 대연정을 하겠다는 것은 촛불민심을 역행하는 것"이라는 질문이 존재했다.

    한편 후보들 모두 촛불민심에 중점을 둬 구체적인 집권 계획을 밝히지 못했다는 평가다. 되래 후보 간 해답없는 정책공방만 벌였다. 토론회 당시 '상호토론' 시간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보여준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본인이) 처음 공공분야 일자리 늘리겠다는 것에 비판했다. (그러나 안 후보도)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인정했다. 정리된 것인가"라고 질문했고, 이에 안 후보는 "문 후보 공약을 비판한 이유는 현재 대한민국 저성장 일자리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지적한 것"이라고 답했다.

    두 후보 간 해답없는 정책공방은 계속됐다. 문 후보는 "세금으로 일자리 만든다는 것이 이상한가"라고 묻자 안 후보는 "정부주도형 일자리 정책이 아닌, 새로운 산업분야의 일자리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후보는 공방을 치르면서 구체적인 일자리 해법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부정적인 시선을 감지한 듯 안 후보는 토론회 후 "기존의 봤던 정치인들끼리의 토론을 벗어나보려고 무척 노력했다"며 "정책을 가지고 '감정의 부딪힘'이 아니라, 충분히 예우하면서 토론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수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