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연장 책임론에 "1,000만 촛불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 직권상정 해야" 국회의장 압박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당내 개헌파 의원들이 자신의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에 시달린 데 대해 "저도 때로는 문자 폭탄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책공간 국민성장'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탄핵 시) 승복'을 이야기했더니 문자폭탄이 날아오기도 했다"며 "지지하는 분들이 서로 선의의 경쟁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지지자들에 당부했다.

    최근 민주당 개헌파 의원들은 문재인 전 대표에게 "더 이상 질질 끌지 말고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가 친문세력으로부터 "문재인이 권력 잡는 게 배가 아프냐" "내부 분탕질하는 자유한국당 2중대" "두 번 다시 표를 주지 않겠다" 등의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

    정치권 안팎에선 문 전 대표가 열혈 팬들의 무분별한 행태를 적극적으로 자제시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비문(非文)이 다수인 개헌파 의원들은 지난달에도 당 연구원이 만든 이른바 '개헌보고서'의 편파성을 비판했다가 친문(親文) 성향 네티즌들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 테러를 당한 바 있다. 당시 비문 의원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일을 못할 지경"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정치인이라면 그런 문자를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 문자테러를 감행한 사람들은 두둔하면서 오히려 피해 의원들을 비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 전 대표 캠프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재인 예비후보는 정권교체를 향해 가는 길에서 우리는 원팀(One Team)임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박 대변인은 "민주주의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데에서 출발한다"며 "지지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한 견해를 표명하거나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것은 환영하고 독려해야 할 일이지만 상대방에 대한 욕설과 비방, 인신공격, 위협으로 번지는 것은 지지하는 후보는 물론 당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특검 연장 거부와 관련한 자신의 책임론이 제기되자 "그 때의 선 총리 임명 제안은 탄핵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제안된 것"이라며 "만약 그 논의(차기 총리 논의)에 야당이 들어섰다면, 탄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탄핵이 됐다고 해도 훨씬 시간이 늦춰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우리 정당들이 특검 연장을 위해 (특검법이) 통과가 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의 반대 때문에 (통과가) 어렵다면 저는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특검연장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화살을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돌렸다.

    그는 또 "지난번 테러방지법이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사유로 직권상정이 됐는데, 그보다는 (지금이) 훨씬 더 직권상정 필요성이 강하다고 본다"며 "대통령이 탄핵을 받고 직무 정지된 상황, 그리고 1,0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매주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이는 상황은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해석돼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천만 촛불은 비상사태'라는 비(非)헌법적 논리로 정 의장을 압박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나아가 "정 의장의 고심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정 의장이 결단할 수 있도록 야당이 좀 더 명분을 만들어 달라"며 야당의 국회의장 압박을 노골적으로 주문했다.

    그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이 정부가, 국민에게 탄핵당한 정부가 왜 이렇게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다음 정부의 외교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라도 저는 사드 배치 문제는 다음 정부로 마지막 결정을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국민성장' 회원의날 행사에서 "인수위 없는 대선에서 저 문재인이 가장 잘 준비된 후보"라며 "정권교체와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회원 여러분의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그 덕분에 '제가 가장 잘 준비된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정권교체에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문 전 대표 후원회는 다음달 2일 '문재힘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문 전 대표의 경선캠프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문재힘위원회'란 별칭으로 다음달 2일 후원회가 공식 오픈한다"며 "지난 대선때 운용되었던 문재인 펀드와 같은 대규모 캠페인을 지양하고, 일반 시민의 소액다수, 십시일반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