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 표심 흡수라면 유승민, 文 꺾을 사람 부각된다면 안철수
  •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갈 곳을 잃은 반문(반문재인) 표심이 누구를 새로운 대항마로 선택할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반기문 전 총장의 뒤를 이어 3위를 기록한 인사는, 여론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이재명 성남시장이거나 안희정 충남도지사였다.

    하지만 반기문 전 총장의 이탈로 이재명 시장이나 안희정 지사가 자동적으로 2위 자리를 승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기문 전 총장이 그간 2위를 달렸던 것은 그 자신에 대한 지지세이기도 했지만, '문재인만은 안 된다'는 반문 정서가 가장 유력한 '문재인 대항마'에게로 결집한 결과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반기문 전 총장의 전격 불출마로 향할 곳을 잃은 이들 반문 표심은 새로운 대항마를 찾아헤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단 누군가가 다시 2위 자리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 이른바 밴드 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에 따라 그 사람에게로 더욱 지지율이 쏠리는 선순환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여론조사 2위로 새로이 대두할 인물은 이재명 성남시장이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같은 야권 인사가 아니라 범여권, 즉 보수 후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누구일까. 정치권 관계자들은 "현 시점에서는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을 꼽았고, 견해에 따라서는 범보수 후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사견을 피력하기에 앞서 최근 여론조사의 추세를 근거로 들었다.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야권에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여권에서는 황교안 대행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며 "이들이 쉽게 지지율이 쑥쑥 올랐던 것은 정치적 영역 확보가 용이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즉, 현존하는 대권주자를 진보~보수의 스펙트럼 상에 쭉 올려놓고 살피면, 왼쪽 끝에 이재명 시장이 있고, 그 한 발짝 오른쪽에 문재인 전 대표가 위치해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왼쪽 중간쯤에는 이렇다할 사람이 없다. 이 영역이 몽땅 안희정 지사의 몫이 됐던 셈이다.

    반대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이 다르다. 오른쪽을 살피면 오른쪽 끝에 황교안 대행이 혼자 있고, 오른쪽 중간쯤에 반기문 전 총장과 유승민 의원, 남경필 지사 셋이 몰려 아옹다옹하던 상황이다. 그렇기에 오른쪽 끝을 독식할 수 있었던 황교안 대행의 지지율이 순조롭게 올랐다.

  •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기에 앞서,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중앙당사를 찾아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기에 앞서,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중앙당사를 찾아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오른쪽 중간의 영역을 보면, 반기문 전 총장이 일찌감치 거목(巨木)으로 대두해 그늘을 드리우고 있던 상황이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는 햇볕을 쬐지 못해 쉽사리 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반기문 전 총장이라는 거목이 베어지고나니,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는 정치적 영역 확보가 용이해졌다. 이 관계자가 "유승민 의원이 반기문 전 총장을 지지하던 중도우파를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며 "급속히 지지율이 7~10%대로 높아지면서 유력 대권주자로 대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은 이 때문이다.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문재인 전 대표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총결집하면 황교안 대행이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또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박근혜정권의 실정에 민간인 국정농단, 탄핵까지 겹치면서 지금은 진보~보수의 유권자 스펙트럼 자체가 왼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라며 "황교안 대행이 오른쪽 끝을 다 먹었다고 해도 10%을 밑돌던 것은 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1일)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문재인 전 대표는 본인 스스로 공언한대로 '확인해봐도 내가 대세더라'가 됐다"며 "위기감이 증폭된 보수층이 '원위치'한다고 보면, 황교안 대행이 수혜를 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예측했다.

    반문 표심 결집이라는 측면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보수층 유권자 일부를 흡수하면서 수혜를 볼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해 4·13 총선 때에도 중도보수층 상당수의 표를 가져간 바 있다. 물론 그 이후 안철수 전 대표가 상당히 급진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보수층의 입장에서는 마뜩찮은 면이 있겠지만, 선거가 실제로 다가오면 '최악보다는 차악'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인용되고 선거일이 공고되는 등 대선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면 유권자들도 '문재인 대항마'가 가져갈 수 있는 표를 헤아리고 계산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반기문 전 총장이 사라진 이상, 도대체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꺾을 수 있는 인물이 누구냐, 이 점을 유권자들이 스스로 자문자답하게 될 것"이라며 "유승민 의원이나 황교안 대행을 후보로 세워서 과연 문재인 전 대표를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표를 본선에서 꺾으려면 현실적으로 호남표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하고, 중도를 놓고 문재인 전 대표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그런 사람은 이제 안철수 전 대표밖에 남지 않았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