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대통령 누드화 전시, 말이 되나"...대구 시민들, 숨겨진 분노 표출
  • ▲ 탄핵기각을위한국민운동이 26일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탄핵기각을위한국민운동이 26일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선으로 국회에서 전시된 소위 '박근혜 대통령 누드 풍자화'논란이 불거진 직후 열린 26일 대구 태극기 집회에 예상 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대구 시민들의 숨은 분노가 표출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해 10월말 이후 계속된 탄핵정국 및 촛불집회에 대해 피로감과 불편함을 느끼던 대구 시민들이, '대통령 누드 풍자화' 전시를 계기로 촛불 정국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 대구시민들의 정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때문에 대구의 민심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분석은, 26일 대구 중심가인 동성로 일대에서 열린 탄핵기각을위한국민운동(이하 탄기국) 주최 '태극기 집회'의 예상 밖 열기를 바탕으로 한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국회에서 개최된 '곧, BYE 展'에서 이구영 작가가 선보인 <더러운 잠>과 관련해 거친 분노를 나타냈다. 시민들은 "현직 의원이 대통령 누드화를 국회에 전시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정치권이 대한민국의 품위를 떨어뜨린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은 표창원 의원을 제명한 뒤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에는 조원진·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해 전 장관,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 정미홍 전 KBS아나운서 등도 참석해 '탄핵 기각'을 주장했다.

    조원진 의원은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시키기 위해 뇌물죄를 집어넣고 탄핵사유에도 없는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대통령을 엮으려 한다"며, 탄핵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김진태 의원은 "국회는 탄핵 죄목에 직권남용과 뇌물 등 온갖 죄를 다 넣었지만, 헌재에서는 정작 그 죄목을 빼고 있다"며 "이게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그러면 다시 탄핵절차를 밟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권영해 전 장관은 "대한민국이 건국 이후 지금과 같은 위기에 처한 적은 없었다"며 "국보법 폐지론자, 주한미군철수론자,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론자, 남북한 연방제통일론자, 대북 퍼주기 주창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만은 저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 ▲ 탄핵기각을위한국민운동이 26일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탄핵기각을위한국민운동이 26일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의 당초 예상을 넘어선 많은 시민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은 "처음엔 1,5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준비됐던 배포용 태극기 2만5,000개가 모두 나간 만큼 그 이상 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평일 집회이자 연휴 직전에 열렸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예상 밖의 결과인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1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의 심경과 입장을 밝히면서 돌아섰던 기존 지지자들이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탄핵 주장에 동조하지 않지만 목소리 내지 않던 일명 'shy 박근혜'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향후 정국에 큰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