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위원장! 연초부터 ‘수소탄시험’과 ‘광명성-4호’ 발사로 무척이나 시끄러웠던 이 해가 훌쩍 갑니다. 다사다난한 올해도 간부들의 행복을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하는 ‘애민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인민경제 여러 분야를 시찰했는데 그 중에는 지난 8월 17일 현지 지도한 ‘대동강돼지공장’도 있네요.

    그 곳은 인민보안부(옛 사회안전부) 소속 보안원(경찰)들이 3년간 공사를 하여 2011년에 완공한 돼지사육 및 가공공장입니다. 거기서 생산된 연간 수십여 톤의 돼지고기가 일반 노동자 농민들에게 공급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허나 그 고기는 당과 국가의 간부들에게 우선 공급되고 외화상점에도 납품이 되겠죠.

    오늘 제가 새삼스레 ‘대동강돼지공장’ 소리를 하는 이유가 있는데 그 공장이 있는 평양시 삼석구역 원흥리는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1982년도) 당국의 명령에 따라 농촌지원으로 봄가을 각각 두 달간 노력동원을 나갔던 곳이랍니다.

    저는 원흥리에서 근처 대동강변의 ‘1호 별장’(수령 전용별장)으로 뻗은 아스팔트 위로 가끔 지나가는 고급승용차(수령의 가족·친인척이 타는 벤츠)를 보며 매우 의아했지요. 인민들은 뽀얀 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걷는데 비해서 말입니다.

    또한 “행복한 나라의 주인”으로 불리는 인민들은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왜 항상 주린 창자를 그러안고 사는지? 그 인민들과 달리 간부들은 돼지처럼 얼굴에 피둥피둥 살이 찐 것으로 보아 잘 먹고 잘 사니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요.

    김 위원장! 제가 1968년 평양의 대동강구역에서 태어나 ‘대동강남자고등중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 중반까지 집에서 돼지고기를 먹었던 날은 1년에 다섯 번입니다. 설날(1월 1일), 장군님 생일(2월 16일), 수령님 생일(4월 15일), 공화국창건일(9월 9일), 당창건일(10월 10일)인데 그것도 5인 가족에 1kg의 배급이었죠.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5년부터 9년간 노동자로 근무했던 직장은 사회안전기관(경찰)으로 철도안전국과 안전부건물관리소였습니다. 11월 19일은 사회안전부(지금의 인민보안부) 창립일인데 이때도 술·담배를 포함해 1kg의 돼지고기를 배급받았으며 그 특권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충성했던 저의 직장생활이었지요.

    돌이켜보면 평양의 일상에서 1년에 서너 번 먹어볼 수 있는 돼지고기를 맛보기 위해 노동당에 충성하고 또 충성하는 돼지보다 못한 시민들이랍니다. 그들을 바라보며 파안대소를 하는 당신은 분명 돼지보다 못한 속물이 틀림없고.

    김정은 위원장! 당신이 ‘대동강돼지공장’을 시찰한 그달, 29일부터 5일간 함경북도 국경연선지구에 강력한 태풍으로 인한 큰물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는 수백 명에 달했고 6만 8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대재앙이었죠.

    해방이후 최악의 대재앙도 2주가 지난 9월 14일에 공식 발표하는 해괴한 공화국정부이고 피해현장에서 시신수습보다 살림집복구가 우선인 것도 괴이한 현상이었죠. 더 놀라운 것은 최고지도자인 당신이 그 현장에 얼굴 한 번 안보인 건데 그러고도 자신을 ‘자애로운 인민의 어버이’ 라고 하니 입이 써서 말이 다 안 나옵니다.


    ​​2016년 12월 26일 - 다사다난의 한 해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