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사퇴? 차기 비대위원장 말해보라" 속내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계속 당 대표직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18일 당사에서 긴급최고위원회의를 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향한 사퇴를 요구하는 비박계에 대해 "(저는) 물러나는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면서 "물러난 이후 비상대책위원장을 누구로 하느냐는 문제는 누구도 제시할 수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일단 지도부부터 물러나야 한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면서 "공식 석상에서 비대위원장을 누구로 구성한다고 들은 적이 있느냐"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 비박계는 '최순실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의 대응에 반발해 '비상시국위원회'를 결성해 별도의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기로 했다. 다만 몇 차례 회의를 거쳤지만 이정현 대표의 사퇴 외에 향후 로드맵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정현 대표의 발언은 비박계에서도 향후 로드맵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까지 그만 둘 경우 당 지도부 마저 공백상태가 돼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정현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는 비박계가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을 누구로 하는지 합의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한 "당내 최순실 라인이 있다"고 주장한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서는 "이제 이만큼 지났으면 설(說) 퍼뜨리지 말라"면서 "(원내 최순실 세력) 사람이 있으면 검찰이 부를 것 아니냐. 검찰에 고발하라고 하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정현 대표는 최근 당 사무처로부터도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당 사무처 협의회 측은 "새누리당 지지율이 매일 떨어져 3당으로 전락할 위기"라면서 "죄송하지만 용단을 내려달라 했다"고 말했다. 당 사무처 직원들이 모여 대표에 대한 퇴진을 요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박명재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책임지고 직에서 물러났다.

박 사무총장은 "앞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 당이 하나가 돼 하루빨리 지금의 혼란을 수습하고 제자리를 찾아 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길 기원한다"며 사퇴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여기에 대해서도 "지금 당장 지도부가 물러나면 수습보다는 더욱 혼란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박 사무총장은) 주말 사이 설득해서 번복하게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현재 정진석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에 불참하면서 별도 원내대표단을 별도로 이끌고 있고, 비박계가 최고위에 반발해 비상시국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셋집 살림을 차린 상태다.

거듭되는 사퇴 요구에 이정현 대표는 1월 21일 조기 전당대회를 못 박고 "거국중립내각이 구성하는 대로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