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유사 기록에 따르면 환인의 아들 환웅이 풍백과 운사, 우사와 함께 무리 3천을 거느리고 태백산 아래에 신시를 열고 세상을 다스렸다. 환웅은 곰에서 사람이 된 웅녀를 베필로 맞이했고, 아들 단군을 낳았다.

    단군신화가 장대한 스케일의 춤극으로 태어난다. 서울시무용단은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한 창작 춤극 '신시'(神市)를 10월 27일~28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다시 선보인다.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초연된 '신시'는 웅족, 천족, 호족이 갈등과 전쟁 끝에 상생을 이루고 평화로운 나라를 건설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울러 환웅과 웅녀의 사랑, 전쟁과 용서, 화합과 상생의 메지시를 전한다.

    예인동 서울시무용단 단장은 1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초연에 대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제작 기간이 너무 짧았다. 그럼에도 정기 레퍼토리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어 이번에 수정과 보완을 거쳤다. 신시는 하늘과 땅의 대립이 아닌, 하나를 의미한다. 환웅과 웅녀의 결합은 화합이고 새로운 탄생이며 창조이다"고 말했다.

    올해는 지난해 부족한 면을 보완, 완성도를 높여 무대 전체를 활용하는 스펙터클한 축제 장면, 전쟁을 표현한 역동적인 군무, 농염한 사랑무 등 화려한 볼거리를 갖췄다. 창작 무용의 거장인 국수호가 총괄안무를 맡았으며, 작곡가 김태근와 유희성 연출가도 합류해 음악의 선율을 보완하고 뮤지컬의 표현방식을 도입했다.

    유희성 연출은 "그동안 서울시무용단과 많은 작품에 참여했고, 작년에 '신시'를 하면서 황홀한 경험을 했다"며 "단순히 단군신화가 아닌 현대사회에서 화해와 용서, 상생,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함께 내일을 꿈 꿀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 ▲ 지난해 서울시립무용단 '신시' 초연 모습
    ▲ 지난해 서울시립무용단 '신시' 초연 모습
    무엇보다 한국 무용극에서는 만나기 힘든 발레리나 김주원과 발레리노 이정윤, 윤전일이 한 팀을 이뤄 서울시무용단의 단원들과 자존심을 걸고 자웅을 겨룬다. 김주원은 서울시무용단 솔리스트 김경애와 함께 '웅녀 역에 출연하며, 이정윤은 서울시무용단의 신동엽과 '환웅' 역을 맡는다. '호족장' 역에는 '댄싱9'의 스타 윤전일과 서울시무용단의 기대주 최태헌이 각각 캐스팅됐다.

    초연과 재연 모두 총괄안무를 책임지는 국수호 안무가는 "지난 공연 때 원톱으로는 자기가 뭘 하는지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서로의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상승 효과를 가져보려는 의도로 올해는 두 팀으로 나뉘어 공연한다. 단원들도 두 팀을 보면서 보는 눈과 참여하는 힘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주원은 "국수호 선생님과는 10년 전 '사도-사도세자 이야기'에서 혜경궁 홍씨 역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국립발레단 시절에는 '왕자 호동'을 작업해 낯설지 않다. 이번이 세 번째 작품인데, 좋은 무용수들과 함께 하게 돼 영광이다"며 "서양 예술인 발레와 한국무용 모두 그 안에 담긴 정신은 비슷한 것 같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큰 공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애는 "서울시무용단에 젊고 예쁜 재원이 많은데, 작년에 조연이었던 저를 주연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분명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공연 소개에 나온 '서울시무용단의 히든카드'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좋은 춤을 보여주겠다"며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이번 작품은 출연진만 무려 80명이 참여한다. 60명의 무용수와 20명의 뮤지컬 배우가 등장해 화려한 춤과 장엄한 노래로 풍성한 무대를 꾸민다. 또, 5~7m에 달하는 거석신상(巨石神像)이 5개가 무대를 꽉 채우고 회전무대를 통한 입체적인 효과를 준다.

    국 안무가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국내 공연장 중에서 가장 큰 무대를 가지고 있다. 천족이 하늘에서 강림하는 장면은 5개의 거석상을 밀고 앞쪽 오케스트라 피트부터 뒤쪽 후면(Rear)까지 40m 깊이의 무대를 모두 사용한다. 그 압도적인 장면 하나로 '신시'의 모든 것이 다 보여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 ▲ 10일 진행된 춤극 '신시' 연습, 이정윤과 김주원 외
    ▲ 10일 진행된 춤극 '신시' 연습, 이정윤과 김주원 외
    [사진=세종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