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청년 위한 정책 아닌, 노동약자 위한 방안 내놔야"
  •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DB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DB

    서울시가 추진한 청년수당(청년활동지원사업) 정책의 수혜자 중 상당수가 부유층 가정 출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책을 개선할 게 아니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청년수당 정책이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지 못할 뿐 아니라, 청년 실업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실장은 12일 "청년수당은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며 "청년 정책의 기조는 고용 문제이기 때문에 수당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보장제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 등의 평등권 차원에서 중앙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지자체는 협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특정 지자체가 청년수당을 추진할 경우 지역마다 우후죽순으로 불필요한 정책이 나올 수 있으며, 사회보장제도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서울시가 정장 대여료·면접비·사진촬영료·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이미 '취업성공패키지'로 저소득층과 미취업자들을 선발해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서울시는 이를 따라하면서도 고용노동부와는 달리, 사실상 모든 청년들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청년수당 정책은 박원순 시장이 '청년들을 위하는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나온 정책으로 보인다"며 "만인의 청년을 위한 정책이 아닌, 노동약자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 ▲ 정부지방재정 반대하는 성남시청 외관의 대형 현수막(위), 청년수당 홍보하는 서울시의 대형현수막(아래) ⓒ 뉴데일리 정상윤, 공준표
    ▲ 정부지방재정 반대하는 성남시청 외관의 대형 현수막(위), 청년수당 홍보하는 서울시의 대형현수막(아래) ⓒ 뉴데일리 정상윤, 공준표
    서울시는 앞서 2831명에게 청년수당을 지급한 바 있으나, 이 과정에서 일부 중·상류층 가정 출신 청년에게 수당을 지급한 사실이 불거져 도마 위에 올랐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수혜자 중 월평균 납입 건강보험료가 18만원 이상인 114명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18만원 이상의 보험료 납부는 연봉 7058만원 이상의 연봉자들에 해당되는 액수다. 월급의 3.06%를 보험료로 내야하는 만큼, 이는 상위 15%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숙자 서울시의원실이 공개한 자료 '청년활동지원사업 대상자 현황'에 따르면, 한 수혜자는 최근 월평균 건강보험료를 53만 9160원 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수혜자도 53만 2440원을 납부했다. 실업자지만 부동산 보유 등의 소득으로 고액의 보험료를 낸 이들도 있다. 한 수혜자는 월평균 170만원을 납부했다. 
    이 같은 지자체 주도의 사회보장제도 정책 문제와 더불어, 부유층 수혜자 발생 등의 행정 부주의가 청년수당 폐지 주장까지 나오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비판 여론이 일자, 설명자료를 통해 "이번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시범사업이었다"며 "선정기준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청년수당 정책과 관련,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4일 "서울시의 청년수당 강행을 지자체의 명백한 포퓰리즘 사업"이라며 지방자치법 제169조 제1항에 의거, 직권 조치를 취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박원순 시장이 보건복지부와 협의되지 않은 사업을 강행했다"며 "사회보장기본법 상 '협의 조정'절차를 위반한 위법"이라고 밝혔다.

  •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편, 박원순 시장의 정책과 관련, 일각에선 박 시장이 대권행보를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악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를 모방한 것과 더불어, 청년층의 표를 사기 위한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청년수당을 급조하다보니 부작용이 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원순 시장은 대선 출마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5일 북미 순방 중 "대선 출마에 대한 고민이 왜 없겠냐"며 "내년 대선은 매우 중요하다. 어지럽고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것은 정권교체가 답"이라고 말했다.
    9일 캐나다 몬트리올 공항에서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선 차기 정부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차기 정부는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시민의 정부'여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와 미래교체가 필요하다"며 "새 시대를 만들려면 새로운 룰이 필요한데, (현재)정치는 구태의연한 과거를 버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현 박근혜 정권과 여야 대선 주자들을 아울러 비판하면서도, 시민의 정부를 강조해 자신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