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총선서 문재인에게 위장막은 쳐주었지만…


  • 요즘 새누리당에서는 “그나마 김종인이 야당에 좌정(坐定)하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
    [사드]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코너에 몰린 뒤부터다. 
    김 대표는 더민주 [친노] [친문]의 아우성에도 “사드 찬성“이다.


    ”사드 배치는 한미방위조약 일환으로 주한 미군이 필요하다면 거부할 수 없다.
    한미방위조약 토대 위에 안보와 경제 성장이 있었다.
    한반도는 휴전 상황이다.
    반대하면 우리가 한미방위조약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그의 스탠스다.
    얼마나 훌륭한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비례대표 2번 셀프공천]을 할 때 참담한 기분에 빠진 국민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전두환 장군의 <국보위>에서 활동했고, 그 곳에서 훈장까지 받아, 민정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세번, 청와대 경제수석, 복지부장관까지 지낸 그가 야당의 비례대표를 다시 하겠다고 나섰을 때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노태우 정권 때 동화은행 퇴출 로비 저지와 관련해 2억 여원의 뇌물을 받아 실형 선고까지 받았다.
    왠만한 정치인이면 거기서 정치생명이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어느새 한화갑의 새천년민주당에서 네 번째 비례대표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고 “짠”하고 등장했다.
    불사조에 淸濁不問(청탁불문) 정치인 본색이다.


    그는 여야를 넘나들다 4년 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가세했다.
    [경제민주화] 하나로 박근혜 경쟁력을 강화해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박근혜 정부의 [원로]로 부각된 것이다.


    그는 그러나 [원로]로 만족하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무시한다고 슬쩟 슬쩍 비판하더니, 어느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 의사를 밝히자 비대위원장을 선듯 맡았다.
    집에 보관한 8.2㎏의 금괴(약 3억2천만원어치)를 신고하면서까지.
    금덩어리 8.2㎏이면 작은 염소 한 마리 무게다.
    대단하다.


    그러고도 김 대표는 총선 야당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그와 야당이 잘했다기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자해공갈단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김종인 대표의 이같은 전력 때문에 그에게 크게 기대를 거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老(노) 정치인의 꺼지지 않는 욕심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사드]에 관한한 새누리당 전체의 힘보다 커보인다.
    “사드 찬성”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사드 절대 반대”로 똘똘 뭉친 더민주의 [친노]와 [친문]을 완벽하게 격파하고 있다.

    그는 당내 사드 반대 세력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고 했다.


    “국익 차원에서 중국 관계를 걱정해 그러는가,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것인가.
    성주 주민을 위해서인가,
    현 정권이 사드 배치를 해서 정치적으로 얻을 게 있다고 봐서 그러는가?”


    김 대표는 "이런 질문에 (사드 반대파들이) 제대로 답변을 못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 때문에 더민주는 [사드 당론]이 아직 없다.
    김 대표가 1 대 100의 게임을 요리하는 중이다.

  •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김 대표를 향해 “사드 반대 당론을 정하라"고 압박하는 데 대해서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지 않는 건 국가 장래에 대한 책무”라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당 홍보비 리베이트 스캔들로 사퇴한 안철수 대신 窟(굴)을 차지한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김 대표에게 “사드 배치 찬성한다면 형님의 정체성은 어느 당에 속하십니까?"라고 했다가 지난달 27일 면전에서 "야! 매일같이 넌 나를 욕을 해"라고 면박까지 당했다.


    김종인의 위력은 문재인안철수를 향해 더 커진다.
    그는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내놨다.
    안 전 대표가 [사드 국민투표]를 주장한 데 대해 "본인의 독자성을 보여주려 그랬는지, 그 의미도 잘 파악 못하고 단편적 사고로 말을 뱉어버린 것 같다“고 일축했다.

    한마디로 [사드]도 제대로 모르는 안철수]라고 비난한 셈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완화를 알기나 하나요?”라고 조롱했듯, 김종인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를 “사드를 알기나 하냐?”고 능멸한 셈이다.


  •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도 “지금의 지지율은 무의미 하다“고 가차없이 평가절하했다.
    문 전 대표의 대선 승리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이렇게 진단했다.


    이회창·이인제 경험을 해봤지 않나.
    아직 1년 반 이상 남았다.
    지금 여론조사 높게 나오는 것은 별 의미 없다."


    문 전 대표와 [친문]에게 이보다 더 잔인한 얘기가 있을까.


    그는 이런 촌평도 했다.


    야권 통합 얘기하는 사람(문재인)만 아니었으면 야권 분열도 안 됐다.
    대통령 되고 싶은 사람이 마음을 안 비우는 한 안 된다"


    [문재인 불가론]으로 들린다.


    그러면서 손학규 전 의원에게는 ”빨리 정계복귀하라“고 재촉이다.
    영혼의 힐링을 위해 네팔에 다녀온 문재인 전 대표의 벌게진 얼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김종인 대표는 거침이 없다.
    그게 [비례대표 5선]의 관록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노정치인 김종인2016년 전면등장은 정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4월 총선은 새누리당에선 [친박]이 전면에 나섰다가 된통 당했듯, 더민주도 [친노]가 맨얼굴로 심판을 받았어야 했을 선거였기 때문이다.
    4월 총선에서 [친박]은 박근혜 정부의 [볼통리더십]을, [친노]는 사사건건 국정 발목을 잡고 국회를 마비시킨 [운동권 본색]을 심판받았어야 했다.


    그런데 김종인 대표가 [친노]에 대한 냉혹한 심판을 가로 막고 위장막을 쳐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 결과가 당명과 당 대표만 바뀌었지 열린우리당의 복사판인 더불어민주당의 탄생이다.


    그나마 그가 [친노]의 비타협- 투쟁노선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면, 그의 역할은 평가받을 만하다.
    무엇 보다 “사드 절대 반대”를 외치는 야당 한복판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지 않는 건 국가 장래에 대한 책무”라고 외친 그가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그것도 추미애송영길 가운데 한명이 당 대표로 선출되면, 하루 아침에 허공으로 사라지겠지만.